미국 농무부(USDA) 소속 과학자들이 실험실 고양이들에게 고양이 뇌와 내장을 먹인 사실이 밝혀져 미국 사회에 비난 여론이 일고 있다.
19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USDA 산하 미국농업연구소(ARS) 연구진은 2003년부터 2014년까지 동물 기생충 질환 연구 실험실에서 고양이들에게 고양이 고기와 개고기를 먹였다. 특히 죽은 고양이의 뇌, 혀, 심장 등에서 채취한 조직을 실험실 고양이에게 먹인 것으로 드러났다. ARS는 먹이로 제공된 고양이는 중국 가축 시장에서, 개는 남미 콜롬비아와 브라질의 보호소에서 구입했다.
정부의 동물실험을 반대하는 시민단체인 ‘화이트 코트 웨이스트 프로젝트’(WCW)는 USDA 출신 과학자이자 내부고발자인 짐 킨과 함께 ‘농무부 새끼고양이 동족포식(USDA Kitten Cannibalism)’이란 제목의 보고서를 발표해 이같이 폭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USDA 연구진은 톡소플라스마(Toxoplasma) 기생충을 연구하기 위해 1982년부터 새끼 고양이들을 사육해왔다. 톡소플라스마는 인수공통 전염병을 유발하는 기생충이다. 면역 체계가 약화된 사람이 감염되면 시신경 질환과 호흡 부전 증상이 나타난다. 고양이는 톡소플라스마가 번식하는 숙주 동물로 알려졌는데, ARS연구진은 고양이 배설물 등을 통한 인체 감염 경로를 파악하기 위해 실험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32년간 진행된 실험에서 고양이들에게 톡소포자충에 감염된 날고기를 먹여 기생충을 수집한 뒤 4,000여 마리를 안락사한 시킨 뒤 소각했다.
짐 킨은 NBC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고양이에게 동족인 고양이의 고기와 개를 먹인 연구진의 논리를 이해할 수 없다. 그런 실험은 식품 안전을 위한 임무와 완전히 무관하다”라면서 “우리는 납세자로서 세금이 그런 실험에 쓰이게 놔둬선 안 된다”고 USDA와 ARS를 함께 비판했다. 이와 관련, WCW를 비롯한 동물단체들은 톡소포자충 연구를 위해 고양이를 죽이는 것이 정당화될 수 없고 실험에 고양이를 이용하는 것 자체가 불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한편 WCW는 USDA가 비인도적이고 비위생적인 해외 동물 시장에서 개와 고양이를 들여온 것에 대해서도 강도 높게 지적했다. 작년 미 하원은 이러한 시장을 허용하는 아시아 국가들에게 동물 판매를 금지할 것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발표했다. WCW는 이 같은 사실을 언급하며 “그럼에도 USDA는 국민의 세금을 그런 시장에서 동물을 구매하는 데 사용했다”고 말했다.
USDA는 ARS 연구진이 고양이에게 고양이와 개 고기를 먹이는 실험을 수행한 것에 대한 입장 표명을 거부했다. 다만 WP는 USDA 대변인이 “USDA는 톡소플라스마 연구를 보다 잘 수행하기 위해 끊임없이 내부 평가를 진행하고 있다”고만 말했다고 보도했다.
홍윤지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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