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인과 젊은이, 내국인과 난민, 엄마와 엄마가 아닌 이들이 서로를 탓하고 꾸짖으며 사는 그야말로 파편사회다. ‘여럿이 함께’ ‘공감’ ‘연대’ ‘포용’을 말하고 떠난 신영복(1941~2016)의 따뜻한 담론이 또한번 소환된 이유다. 인문학자 이재은은 신영복의 저서와 강연을 종합해 풀어낸 ‘처음 읽은 신영복’에서 그의 가치를 되새긴다. 다양한 문학 작품, 역사, 철학적 분석을 곁들여 쉽고 편하게 읽힌다.
“무더운 여름 옆 사람과 살을 맞대고 붙어서 잔다는 것은 고역입니다. 당연히 옆 사람이 미워집니다. 이러한 증오가 잘못된 것이란 결정적 반성은 겨울을 기다려야 합니다. 겨울철엔 옆 사람의 체온으로 추위를 견디기 때문입니다. 가장 가까운 옆 사람을 증오하지 않고 따뜻하게 만날 수 있다는 사실은 최대의 은혜입니다.”(신영복,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중) 통일혁명당 사건으로 구속돼 20년간 차디찬 옥살이를 한 고인의 성찰이다. 수없이 인용된 문장들이지만, 다시 봐도 가슴이 뜨거워진다.

처음 읽는 신영복
이재은 지음
헤이북스 발행ㆍ248쪽ㆍ1만4,800원
신지후 기자 h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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