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정준영의 ‘텍스트 사과’에 과연 진정성이 있을까.
정준영은 21일 오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위해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출석했다. 지난 14일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에 출석한 뒤 일주일여 만에 취재진 아에 모습을 드러낸 영장심사에 앞서 정준영은 포토라인에 서서 사과 의사를 밝혔다. 사과는 정중했지만, 그 안에 정준영의 진정성도 담겨 있는 여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사과문이 적힌 종이를 준비한 정준영은 "저는 용서 받을 수 없는 범죄를 저질렀다. 저에 대한 모든 혐의를 인정한다. 오늘 구속영장실질심사에서는 수사기관의 청구 내용을 일체 다투지 않고 법원에서 내려지는 판단에 겸허히 따르겠다. 앞으로도 수사과정에 성실히 응하고, 제가 저지른 일들을 평생 반성하면서 살아가겠다"고 말하며 고개를 숙였다.
이전과 달라진 건 구체적인 사과의 대상이었다. 지난 14일 경찰 출석 당시 포토라인에서 "국민들께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하다"고 두루뭉술한 입장을 전했던 정준영은 이날 "저로 인해 고통을 받으시는 피해자 여성 분들, 사실과 다르게 아무런 근거 없이 구설에 오르며 2차 피해를 입으신 여성 분들, 지금까지 저에게 관심과 애정을 보여주신 모든 분들"을 언급했다.
정준영의 사과는 지금까지 총 세 차례 있었다. 12일 입국 당시에는 취재진의 여러 질문에 어떤 대답도 하지 않은 채 걸음만을 서둘렀고, 13일 0시 30분께 첫 사과문을 발표하면서 "누구보다도 저의 행동으로 가장 큰 피해를 보신 여성 분들께, 그리고 실망감을 넘어 분노를 느끼셨을 모든 분들께, 저를 공인으로 만들어 주시고 아껴주셨던 모든 분들게 사과 드린다"고 전했다. 그 다음 14일 경찰 출석 당시에는 "죄송하다"는 말만 반복했던 정준영이 이날 영장심사 출석에 앞서 다시 한번 피해 여성을 언급하는 내용의 사과문을 읽었다.
하지만 12일 묵묵부답 이후 13일 글로 전한 사과문, 14일 짧은 말 이후 21일 사과문 낭독은 조금씩 아쉬움을 남긴다. 정준영이 지난 2015년 말부터 카카오톡 대화방 등에 불법 촬영한 것으로 의심되는 성관계 동영상을 유포한 행위는 본인의 말대로 "용서 받을 수 없는 범죄"다. 혐의를 인정한 이상 정준영에게는 입장 정리보다도 구체적인 사과가 우선돼야 했다.
'혐의 인정'과 '평생 반성' 측면에서 13일 사과문과 21일 사과문은 비슷한 내용을 담고 있다. 글이라는 점도 똑같다. 정준영의 이름으로 전해진 입장이지만, 사과문의 작성을 누가 도왔는지는 알 수 없다. 정준영이 '죄송한 척'과 정중한 사과 사이에서 어떤 마음으로 포토라인에 섰을까. 이것 만큼은 정준영이 아니라 보는 이들이 각각 판단할 문제다.
정준영의 구속 여부는 이날 오후 결정될 전망이다. 정준영이 모든 혐의를 인정했기에, 재판부는 증거인멸 및 도주 염려에 대한 판단에 따라 구속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이호연 기자 host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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