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2018~19 시상식… 모비스 라건아 외국선수 MVP에
국가대표 슈터 이정현(32ㆍKCC)은 선수로서 많은 걸 이뤘다. 프로 두 번째 해였던 2011~12시즌 KGC인삼공사에서 식스맨으로 우승 반지를 꼈고, 2016~17시즌엔 주축으로 또 한번 우승을 경험했다. 두 번째 우승 이후 그의 가치는 폭등했다. 2017년 5월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어 KCC와 보수총액 9억2,000만원에 계약했다. 프로농구에서 연봉 9억원 벽을 깬 건 이정현이 처음이다.
우승 경험과 연봉은 남 부러울 게 없었지만 가슴 한 구석엔 최고의 선수로 인정 받고 싶은 목마름이 있었다. 그 동안 이정현은 베스트5에 두 차례(2016~17, 2017~18) 이름을 올렸을 뿐, 최우수선수(MVP)와는 단 한번도 인연이 없었다. 2016~17시즌 정규리그 우승을 했을 때 내심 기대했지만 MVP는 팀 동료 오세근(32)에게 돌아갔다.
그가 품고 있던 MVP 꿈은 데뷔 8년 만에 마침내 이뤄졌다. 이정현은 20일 서울 삼성동 그랜드 인터컨티넨탈에서 열린 2018~19 SKT 5GX 프로농구 시상식에서 기자단 투표 결과 109표 중 76표를 획득해 개인 첫 MVP를 수상했다. 정규리그 1위 팀 현대모비스의 이대성과 함지훈은 각각 12표씩을 받는 데 그쳤다.
비우승 팀에서 정규리그 MVP가 나온 건 역대 6번째다. 또 1, 2위 팀이 아닌 선수로는 2008~09시즌 주희정(KT&Gㆍ7위) 이후 두 번째다. KCC 소속으로는 전신 현대를 포함해 1997~98, 1998~99시즌 이상민 이후 20년 만에 처음이다. 이정현은 이날 MVP 외에도 3시즌 연속 베스트5로도 뽑혔다.
올 시즌 4위로 정규리그를 마쳤지만 이정현이 보여준 경기력은 국내 선수 가운데 단연 돋보였다. 시즌 중 소속팀과 대표팀을 오가는 강행군 속에도 ‘금강불괴’처럼 부상 없이 51경기를 뛰며 평균 17.2점(국내 선수 1위) 3.1리바운드 4.4어시스트(전체 4위)를 기록했다. 외국인 선수 못지 않은 폭발력과 승부처에 강한 클러치 능력을 보유해 ‘KCC는 용병 1명을 더 데리고 있다’는 평도 들었다.
이정현은 수상 후 “믿어지지 않고 얼떨떨하다”며 “사실 2년 전 MVP를 받을 수 있지 않을까라는 착각에 빠져 있었지만 그 때 이후로 머리 속에서 지우고 더 좋은 선수가 되자는 마음을 가졌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마음을 비운 결과, 이런 날도 온 것 같다”면서 “2년 전은 솔직히 서운하기도 했지만 이렇게 MVP를 받으니까 기쁘다. 올해는 순위 싸움에 집중하느라 MVP 생각을 전혀 못했다”고 웃었다.
외국선수 MVP에는 현대모비스 라건아(30)가 통산 세 번째 영예를 안았다. 지난해 1월 한국 국적을 취득해 국가대표로도 활약한 라건아는 이번 시즌 정규리그 50경기에서 평균 24.7점 14.2리바운드를 기록했다.
신인상은 올해 신인드래프트 전체 2순위로 KGC인삼공사 유니폼을 입고 29경기에서 평균 8.3점 2어시스트 1.7리바운드를 올린 변준형(23)이 받았다. 현대모비스를 43승11패, 1위로 이끈 유재학(56) 감독은 자신의 생일에 통산 5번째 감독상을 선물로 받았다.
19일 정규리그를 마친 2018~19시즌 프로농구는 23일 정규리그 4위 전주 KCC와 5위 고양 오리온의 6강 플레이오프(5전 3승제)를 시작으로 포스트시즌에 돌입한다.
김지섭 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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