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3대 가요기획사 중 하나인 YG엔터테인먼트는 1996년 현기획으로 출발했다. 설립자 양현석의 이름에서 땄다. 1998년 양현석의 별명을 따 ‘양군’기획으로 전환했다. 양군기획은 출발 때부터 힙합 음악에 공을 들였다. 그룹 지누션과 원타임 등을 선보이며 힙합 음악의 대중화를 주도했다. 양군기획은 2001년 양군의 영문 이니셜을 써서 YG엔터테인먼트(YG)로 회사명을 바꿨다. ‘버닝썬 사태’의 핵심 인물인 가수 승리를 배출한 YG의 간략한 역사다. YG는 양현석에 의한, 양현석의 회사다.
□ SMㆍJYP엔터테인먼트와 K팝을 이끄는 삼두마차지만 YG는 여느 가요기획사들과 색깔이 확연히 다르다. 힙합을 앞세우는 동시에 가수들의 가창력을 우선시해 왔다. 빼어난 노래 실력으로 주목받은 가수 거미와 휘성, 그룹 빅마마 등이 YG에 첫 둥지를 텄다. 경쟁사들이 서로를 벤치마킹하며 엇비슷한 아이돌그룹을 내놓을 때도 YG는 달랐다. 빅뱅이나 2NE1은 화려한 군무 등 볼거리로 승부하는 그룹들과 다른 결을 지녔다. 자율을 중시하는 양현석의 음악관이 소속사 가수들의 개성으로 드러났다.
□ YG는 소속 가수와 스태프의 약물 구설 때문에 여러 차례 도마에 올랐다. 가수의 독창성을 존중하는 양현석의 관리 방식이 양날의 칼이었던 셈이다. 양현석이 사회적 물의를 저지른 가수들에게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은 점은 분명 문제지만 인성보다 개성을 강조하는 그의 스타일을 마냥 비판할 수는 없다. 소속 가수를 철저히 통제해 ‘사고’를 치지 않도록 하는 게 능사는 아니다. ‘K팝 가수들은 공장에서 만들어진 것처럼 천편일률적’이라는 세평은 결국 소속사의 지나친 통제와 규율에 대한 비판이다.
□ “(승리는) K Popper(K팝 가수)가 아니라 K Pooper(흥을 깨는 한국인)다.” 지난 12일 영국 일간 가디언의 기사 “K팝의 ‘위대한 개츠비’ 성매매 혐의”에 달린 한 해외 네티즌의 댓글이다. 승리가 K팝 인기에 찬물을 끼얹었다는 의미인데, Pooper는 좀 더 고약한 말로도 해석 가능하다.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이 1월에 발표한 ‘2019 해외 한류 실태조사’에 따르면 외국인이 가장 많이 떠올리는 한국 이미지는 K팝(17.3%)이었다. K팝이 긍정적인 이미지를 심는 동시에 부정적인 면을 전할 수 있다는 조사 결과다. ‘버닝썬 사태’로 K팝의 현재를 다시 돌아볼 때다.
라제기 문화부장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