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외대 대나무숲 SNS 계정에 올라온 제보글. SNS 화면 캡처

“승리, 정준영은 가해자이기도 하지만, 피해자다.” “억수로 야한 걸로 정준영 동영상을 구해서 켜놓으려는데 못 구했다.”

일부 대학 교수와 시간강사가 가수 승리, 정준영 사건과 관련된 부적절한 발언으로 잇따라 물의를 빚고 있다. 사건을 희화화거나, 가해자를 두둔하면서 교육자가 되레 ‘2차 가해’를 일삼는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19일 한국외국어대 페이스북 대나무숲 계정에는 이 대학 교수 A씨가 최근 강의 도중 승리와 정준영을 언급하며 “이들은 가해자이기도 하지만 피해자”라고 말했다는 익명 제보가 올라왔다. 이 교수는 “공인이 일하는 게 힘들면 그런 게 분출구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는 대목도 있었다. 제보자는 “도덕 관념이 저 수준인 교수에게 강의를 들어야 한다니 기분이 나쁘다”며 “강의 시간에 입조심 했으면 좋겠다”고 지적했다.

이에 A씨는 언론 인터뷰에서 해당 발언을 인정하면서도 “성범죄를 두둔하려는 의도는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연예인이 감정이나 욕구를 건강하게 발산하지 못할 경우 잘못된 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내용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벌어진 실수’라는 것이다.

게티이미지뱅크

또 다른 시간강사는 정준영 사건을 농담 소재로 삼아 문제가 됐다. 동국대 경주캠퍼스 시간강사 B씨는 15일 진행한 교양수업에서 “억수로 야한 걸로 ‘정준영 동영상’을 구해 가지고 한 번 보려고 했는데 그건 못 구하겠더라”라고 말했다. 해당 발언이 논란이 되자 강사는 뒤늦게 사과했지만, 학교는 강사의 해촉을 결정했다. 동국대는 18일 홈페이지에 올린 공식 입장을 통해 “해당 강사에게 공개 사과를 요구했다”며 “규정과 원칙에 따라 철저히 조사하겠다”고 전했다.

앞서 서강대에는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갑 교수님께 올리는 편지’라는 제목의 대자보가 붙기도 했다. 대자보에 따르면 이 학교 로스쿨 교수 C씨가 최근 수업 중 “버닝썬 무삭제 영상을 잘리기 전에 빨리 보라고 친구가 보내주더라”며 “짤릴까봐 빨리 재생했더니 (영상 속) 화면 위에는 해가 돌고 있고 아래에는 무가 잘리고 있었다”고 말했다. 학교 측은 대자보 내용 사실 관계를 확인한 뒤 징계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라고 밝힌 상태다.

대학가에서 2차 가해로 물의를 빚는 일이 이어지면서 사회 전반의 2차 가해 경각심을 대학 강단에서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대학가가 오히려 심각한 도덕불감증을 드러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성범죄 관련 농담과 미화가 실제 범죄 행위의 심각성을 흐리고 듣는 이에게 잘못된 윤리 의식을 심어줄 수 있다고 말한다.

경찰은 19일부터 불법촬영물 특별단속에 나섰지만, 언어로 행하는 2가 가해까지 다루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현행법상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불법촬영물 등을 공유하면 유포죄로 처벌받는다. 불법촬영물을 올리라고 부추기는 행위도 범죄 교사 또는 방조죄 위반으로 처벌 가능하다.

이소라 기자 wtnsora2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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