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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영’과 ‘경계’로 나뉜 EU, 시진핑은 어떤 수확 거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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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영’과 ‘경계’로 나뉜 EU, 시진핑은 어떤 수확 거둘까

입력
2019.03.20 15:56
수정
2019.03.20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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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베이징=신화통신 연합뉴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베이징=신화통신 연합뉴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올해 첫 해외순방을 앞두고 유럽이 둘로 갈렸다. 시 주석이 방문할 이탈리아는 일대일로(一帶一路ㆍ육상 및 해상 실크로드) 세일즈에 적극 동참하며 환영 일색인 반면, 유럽연합(EU)과 독일 등은 경계의 눈초리가 매섭다. 중국은 순방에 앞서 한껏 분위기를 띄우며 유럽을 고리로 한 미국의 봉쇄전선을 흔들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모양새다.

왕차오(王超) 중국 외교부 부부장은 20일 “시 주석이 21~26일 세르지오 마타렐라 이탈리아 대통령,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알베르 2세 모나코 국왕의 초청을 받아 3개국을 공식 방문한다”며 “중국ㆍ유럽 관계 발전에 신동력을 불어넣고 일대일로 건설을 위한 새로운 협력 공간을 마련해 세계 평화와 발전에 공헌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중국 주석이 10년 만에 방문하는 이탈리아, 사상 첫 방문인 모나코, 수교 55주년을 맞아 시 주석이 5년 만에 다시 찾는 프랑스 등 각각의 순방국에 잔뜩 의미를 부여했다. 이에 맞춰 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이탈리아 학생 인터뷰를 통해 “우리는 중국이라는 꿈이 있다”며 “내년에는 중국 대학에 들어가고, 미래에는 중국에서 일하며 내 꿈을 이룰 것”이라고 강조했다.

선진국 클럽인 주요 7개국(G7) 가운데 유일하게 ‘일대일로’ 참여를 선언한 이탈리아는 아예 문을 열어젖히며 시 주석을 맞이하는데 분주한 표정이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20일 “시 주석의 첫 방문국인 이탈리아가 당초 트리에스테 항구 외에 라베나, 제노아, 팔레르모 등 3개 항구를 더 개방해 중국에 제공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일대일로의 유럽 기점인 이탈리아는 중국 회사가 해당 항구 회사의 주식을 취득하는 방식으로 운영권을 보장할 계획이다. 외국인 직접투자(FDI)가 10년 전에 비해 3분의1로 쪼그라든 이탈리아로서는 중국이 경기부양을 위한 동아줄이나 마찬가지인 상황이다.

이와 달리 경제사정이 나은 서유럽은 중국에 날을 세우고 있다. 하이코 마스 독일 외무장관은 18일 “중국에 맞서 반대전선을 공동으로 구축해야 유럽 모두가 혜택을 볼 수 있다”고 촉구했다. 21일 열리는 EU 정상회의에서는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우려하는 전략보고서가 논의될 것으로 전해졌다. 시 주석의 유럽 방문에 제대로 고춧가루를 뿌리는 셈이다. 심지어 이탈리아가 일대일로에 참여하는 건 미국에 대한 모독(블룸버그 통신)이라는 비난도 나왔다.

다만 유럽이 중국을 마냥 몰아붙이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19일 “유럽은 무역분쟁이 한창인 미국과 중국 사이에 끼여 있다”면서 “현재의 분쟁에 따른 경제적 파장과 미중간 합의 이후 불이익을 모두 우려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이 중국의 통신장비업체 화웨이를 스파이로 매도하며 옥죄고 있지만, 갈수록 유럽에서 이탈 기류가 짙어져 대중국 봉쇄망이 느슨해지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베이징=김광수 특파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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