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지사장 3명 “실제사업자 따로 있다” 진술… 텔레그램 메시지 등 증거 확보
국세청이 서울 강남구 소재 유명 클럽 아레나의 실소유주로 지목된 강모씨를 20일 경찰에 고발했다. 아레나를 상대로 탈세 여부를 조사 중인 경찰의 요청에 따라 재조사를 벌인 결과다. 아레나는 빅뱅 멤버 승리(본명 이승현)의 해외 투자자 성접대 의혹이 불거졌을 때 접대 장소로 지목된 곳이다.
국세청은 경찰의 고발 요청을 받고 아레나를 상대로 세무조사를 진행하고 강씨를 조세범처벌법상 명의위장 및 조세포탈 혐의로 고발했다고 이날 밝혔다. 앞서 국세청은 지난해 아레나를 세무조사해 탈세액 260억원을 추징하고 전ㆍ현직 사장 6명을 고발했다. 하지만 경찰은 아레나의 탈세 규모가 600억원 이상이고 고발된 6명이 강씨의 지시로 움직인 ‘바지사장(명의사업자)’으로 파악하고 국세청에 재차 고발 요청을 했다.
국세청은 이번 재조사 과정에서 명의사업자 3명으로부터 강씨가 실제 사업자이고 자신들은 명의만 대여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지난해 세무조사 때와 상반된 진술이다. 국세청은 이들로부터 강씨가 실소유주임을 입증할 수 있는 텔레그램 메시지와 대화 녹취록 등을 증거로 제출 받았다. 이들은 고액의 세금을 부과 받은 데다가 경찰의 지속적인 출석 요구로 심적ㆍ경제적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강씨가 계속 책임을 회피하자 진술을 번복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세청은 지난해 아레나 세무조사를 둘러싼 ‘봐주기’ 의혹은 사실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지난해 조사 땐 명의사업자 6명이 일관되게 자신이 실제 사업자라고 주장했고, 금융추적조사에서도 강씨가 실사업자라는 객관적 증거를 확보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국세청 관계자는 “강제수사권이 없는 국세청 입장에선 검찰이 수사를 통해 명의위장 혐의 등을 밝혀줄 것을 요청하는 취지에서 우선 명의사업자들을 고발했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세종=박세인 기자 sa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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