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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명을 예방하려면 정기적인 ‘안저검사’가 첩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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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명을 예방하려면 정기적인 ‘안저검사’가 첩경”

입력
2019.03.26 05:00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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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명 위험 높은 당뇨병 환자도 36.9%만 검사 받아

국가건강검진에 안저검사 포함해야 실명 질환 줄여

박성표 강동성심병원 안과 교수 인터뷰

녹내장, 황반변성, 당뇨병성망막병증은 시력을 앗아가는 3대 질환이다. 이들 3대 실명질환은 서서히 증상이 나타난다. 시력이 떨어져도 자연스러운 노화현상으로 여겨 이를 알아채는 이가 매우 적다. 게다가 치료법이 없어 한 번 실명되면 다시 회복할 수 없다. 안저(眼底) 검사로 조기 진단하는 게 중요한 이유다.

대한안과학회 홍보이사인 박성표(49) 강동성심병원 안과 교수는 “40세부터 정기적으로 안저 검사로 실명 위험을 낮춰야 한다”며 “안저 검사(2만원 대)를 정부가 40세에 시행하는 생애주기별 국민건강검진에 포함된다면 실명 예방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눈 검사를 대부분 정기적으로 하지 않는데.

“국민 4명 가운데 1명꼴(25%)로 눈 검사를 전혀 하지 않았다(2010~2012년 국민건강영양조사). 당뇨병성망막병증에 걸릴 위험이 높은 당뇨병 환자는 1년에 한 번 안저 검사를 받아야 하지만 절반도 받지 않는다. 40세 이상 당뇨병 환자의 36.9%만 안저 검사를 받았을 뿐이다(2007~2009년 국민건강영양조사). 3대 실명질환을 조기 진단하려면 안저 검사가 꼭 필요하다.”

-녹내장, 황반변성, 당뇨병성망막병증 등 3대 실명 질환을 설명하자면.

“녹내장은 눈으로 들어온 빛을 뇌로 전달하는 시신경 이상으로 실명되는 병이다. 초기에는 특별한 증상이 없다가 시야가 점점 좁아지면서 시력을 잃는다. 녹내장은 눈이나 전신질환과 직접 관련 없이 발병하는 ‘원발 녹내장’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원발 녹내장에는 방수(房水) 배출을 맡은 전방각이 열려 있는 ‘개방각 녹내장’과, 전방각이 좁아서 생기는 ‘폐쇄각 녹내장’이 있다. 40대 이상에서 3.5% 정도가 개방각 녹내장을 앓고 있다. 녹내장 가족력이 있거나, 고도근시, 심혈관질환, 당뇨병 등을 앓는 사람이 녹내장 고위험군으로 꼽힌다. 녹내장으로 인한 시야 결손을 의학적으로 회복할 방법은 아직 없다. 따라서 안저 검사로 시신경 손상을 확인하는 등 조기 진단해 치료하는 게 중요하다.

황반변성은 50세 이상에서 주로 발병한다. 눈의 망막(카메라의 필름에 해당) 중심부인 황반(黃斑ㆍ자외선을 흡수해 600만개의 시각세포를 보호하는 노란 색소인 루테인이 진하게 모여 있어 진한 갈색점으로 보인다)가 변성돼 시력을 잃는다. 사물이 휘어져 보이거나(변시증), 시야 한가운데 까만 점이 가려 보이는 현상(암점)이 나타나면 재빨리 안과를 찾아야 한다.

노화로 인해 생기는 ‘노인성 황반변성(AMD; Age-related Macular Degeneration)’은 건성(80~90%)과 습성(10~20%)이 있다. 건성 노인성 황반변성은 시세포가 노화돼 파괴되면서 찌꺼기(드루젠)가 망막에 쌓이는 것을 말한다. 병 진행이 느리고 시력 저하도 급격하지 않다. 자외선 차단 선글라스를 쓰고, 금연하고, 고혈압ㆍ콜레스테롤을 조절하고, 루테인과 항산화제를 먹으면 진행을 늦출 수 있다. 하지만 황반 주변에서 물이나 피가 나오는 습성 노인성 황반변성은 급격하고 심각하게 시력이 저하되므로 적극적으로 치료해야 한다. 대표적인 치료가 항혈관내피세포 억제인자로 알려진 항체주사(바이엘 '아일리아', 노바티스 '루센티스')다.

노인성 황반변성은 고령, 심혈관질환, 흡연, 스마트폰 불빛 등 과도한 광선노출 등이 위험인자로 추정된다. 안저 검사로 황반 이상을 빨리 찾아내야 악화를 막을 수 있다. 황반변성이 의심되면 형광안저촬영ㆍ빛간섭단층촬영 등 정밀 망막검사로 확진한다.

당뇨병성망막병증은 당뇨병으로 망막에 산소ㆍ영양분을 공급하는 망막 미세혈관에 혈액이 잘 돌지 않아 시력이 떨어지는 병이다. 40세 이상 당뇨병 환자의 15.8%에서 당뇨병성망막병증이 발생했다(국민건강영양조사). 처음에는 별 증상이 없다가 망막 중심부인 황반에 혈액이 잘 순환되지 않으면 시력이 떨어진다. 진행된 당뇨병성망막병증이라도 황반부가 침범이 없으면 시력 저하가 나타나지 않을 수도 있어 시력만으로 황반변성을 파악하기 어렵다. 안저 검사를 정기적으로 해야 하는 이유다.”

-실명 질환을 예방할 길은 없나.

“계속 강조하지만 정기적인 눈 검진이 가장 중요하다. 시신경은 한 번 손상되면 회복되지 않기에 안저 검사(안약을 점안해 동공을 넓히는 산동(散瞳)이 꼭 필요한 것은 아니다)로 실명 질환 유무를 파악하는 게 예방ㆍ치료의 첫걸음이다. 안저 검사는 카메라로 동공을 촬영해 시력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망막ㆍ맥락막ㆍ눈 속 유리체ㆍ 망막혈관ㆍ시신경 유두 등을 종합적으로 확인한다. 녹내장 황반변성 당뇨병성망막병증 고혈압망막병증 망막혈관질환 기타시신경병증 등을 한 번에 정밀 진단할 수 있다. 고혈압ㆍ당뇨병 등의 진행 정도까지 알 수 있다.

안타깝게도 안저 검사를 받는 이가 드물다. 시력이 크게 문제돼야 사후약방문으로 안과를 찾는다. 눈 노화가 본격 진행되는 40세를 넘기면 안전 검사를 받는 게 좋다. 안저 검사를 40세에 시행되는 생애주기별 국민건강검진에 포함한다면 실명질환을 조기 검진해 치료비도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실명 위험이 높은 당뇨병 환자의 36.9%만이 정기적으로 안저 검사하는 현실에서 보건당국이 적극 나서야 할 때다. 조기 검진을 통한 실명 예방은 세계적인 추세다. 세계보건기구(WHO)와 세계실명예방재단(IAPB)은 실명 예방에는 눈 검진이 효과적인 조치라고 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dkwon@hankookilbo.com

박성표 강동성심병원 안과 교수는 “안저 검사를 40세 이후에 정기적으로 받으면 녹내장 황반변성 당뇨병성망막병증 등 3대 실명 질환을 예방할 수 있다”고 했다. 강동성심병원 제공
박성표 강동성심병원 안과 교수는 “안저 검사를 40세 이후에 정기적으로 받으면 녹내장 황반변성 당뇨병성망막병증 등 3대 실명 질환을 예방할 수 있다”고 했다. 강동성심병원 제공
박성표 강동성심병원 안과 교수. 강동성심병원 제공
박성표 강동성심병원 안과 교수. 강동성심병원 제공

[눈 건강관리를 위한 9대 생활수칙](대한안과학회)

①약시를 조기 발견하려면 되도록 빨리 만 4세 이전에 시력검사를 한다.

②40세 이상이면 정기적으로 눈 검사를 한다.

③당뇨병과 고혈압, 이상지질혈증을 꾸준히 치료한다.

④콘텍트렌즈를 착용할 때 의사와 상담한다.

⑤금연한다.

⑥야외활동 시 자외선을 차단할 모자나 선글라스를 쓴다.

⑦실내 온도와 습도를 적절히 유지하고, 장시간 컴퓨터 사용을 자제한다.

⑧지나친 근거리 작업을 피하고, 실내 조명을 밝게 유지한다.

⑨작업과 운동 시 적절한 안전 보호 장구를 쓴다.

정상적인 눈(왼쪽)과 녹내장에 걸린 눈.
정상적인 눈(왼쪽)과 녹내장에 걸린 눈.
암슬러 격자가 제대로 보이지 않고 찌그러져 보인다면 황반변성일 가능성이 높다.
암슬러 격자가 제대로 보이지 않고 찌그러져 보인다면 황반변성일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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