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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견은 그만! 저변 넓히는 여성 래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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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견은 그만! 저변 넓히는 여성 래퍼

입력
2019.03.21 04:40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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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월비ㆍ재키와이

남성에겐 없는 랩과 캐릭터로

자생적 입지 다지며 인지도 넓혀

래퍼 스월비는 신보에 대해 “여러분이 저를 가장 보고 싶어 할 때 ‘짠’하고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하이라이트레코즈 제공
래퍼 스월비는 신보에 대해 “여러분이 저를 가장 보고 싶어 할 때 ‘짠’하고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하이라이트레코즈 제공

힙합에서 여성 래퍼는 비주류였다. 태생부터 아프리카계 미국 남성이 주도한 음악이었다. ‘여성의 랩 실력은 한계가 있다’는 편견도 크게 작용했다. 한국은 물론이고 힙합 본고장 미국에서도 유명 여성 래퍼를 찾기는 힘들다. 국내에서는 1997년 데뷔 이후 꾸준히 활동하는 윤미래, MBC ‘진짜사나이’ 등 예능프로그램을 통해 이름을 알린 제시 정도만 인지도가 높다. 케이블음악채널 Mnet이 2015년부터 여성 래퍼 경연프로그램 ‘언프리티 랩스타’를 세 시즌 방송했지만, 출연자들에 대한 관심은 종방과 함께 사그라졌다.

하지만 요즘은 다르다. 여성 래퍼의 부상이 심상치 않다. 언더그라운드에서 기반을 쌓으며 힙합 팬들에게 인정을 받거나, 해외에서 먼저 주목을 받으며 인지도를 쌓고 있다. 평단과 대중 모두에게서 고른 지지를 받고 있다는 점에서 성장 가능성이 크다.

최근 두각을 나타낸 여성 래퍼로는 스월비가 손꼽힌다. 2016년 팀 야야를 구성하며 힙합 팬들에게 이름을 알린 뒤, 2017년부터 미니앨범과 싱글을 발표하는 등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Mnet 경연프로그램 ‘쇼미더머니777’에 출연하기도 했다. 지난달에는 유명 래퍼인 허클베리피와 팔로알토 등이 소속된 하이라이트레코즈와 계약했다. 스월비는 소속사의 첫 여성 래퍼다. 하이라이트레코즈는 “스월비의 재능은 지난해 발표한 미니앨범과 몇 편의 영상 콘텐츠로 확인했다”며 “Mnet ’쇼미더머니777’ 이후 만났는데, 음악적 열정을 확인하고 확신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하이라이트레코즈의 예상은 들어맞았다. 지난달 24일 공개한 신곡 ‘레드 라이트(Red Lite)’ 뮤직비디오는 14만건이 넘는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다. 힙합 팬들의 반응도 호의적이다. 스월비는 최근 한국일보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음악적인 면과 뮤직비디오의 영상미가 잘 어울러진 것이 팬들에게 신선한 접근으로 다가온 것 같다”며 “독보적이면서도 다양성이 있는 음악을 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여성 래퍼에 대한) 생산적이지 못한 편견에 잡혀 발전을 막는 일부 집단이 존재한다는 것은 알고 있다”며 “무엇인가에 메이지 않고 꾸준히 곡을 만든다면 어떠한 편견도 깰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래퍼 재키와이가 지난해 발표한 정규 1집 '인챈티드 프로파간다'. 인디고뮤직 제공
래퍼 재키와이가 지난해 발표한 정규 1집 '인챈티드 프로파간다'. 인디고뮤직 제공

지난해 1월 인디고 뮤직과 계약한 재키와이도 주목을 끌고 있다. 2013년부터 언더그라운드에서 활동하면서 팬뿐만 아니라 평론가 사이에서도 호평을 받았다. 음악 공유 웹사이트인 사운드클라우드에서 재키와이의 구독자는 3만4,000명을 넘었다. 지난해 7월에는 정규앨범까지 출시했다. 재키와이의 인기 요인은 기존 남성 래퍼에게서 찾아볼 수 없었던 독특한 랩과 흉내내기 어려운 캐릭터다. 여성으로서의 삶을 담은 곡도 있다. 2016년 발표한 미니앨범의 타이틀 ‘익스포저(EXPOSURE)’에서 ‘내 머리 위에 천장은 유리. 너무 높아서 여전히 지켜 로우키(low key)’라는 가사가 대표적이다. 래퍼 브린이나 윤훼이 또한 올해 주목이 되는 여성 래퍼로 거론되고 있다.

최근 여성 래퍼의 부상은 과거와 다르다. ‘쇼미더머니’ 시리즈로 힙합 음악이 대중화됐지만, 팬들의 관심은 남성 래퍼에게만 쏠려 있었다. 이 과정에서 주목을 받았던 여성 래퍼도 있었으나 ‘랩 스타’로 발돋움하는 데는 실패했다. 최근 눈길을 끄는 여성 래퍼는 미디어의 도움 없이 자생적으로 입지를 다졌다는 점에서 다르다. 이들의 지지 기반도 탄탄하다는 평가다. 힙합음악평론가 블럭은 “스월비나 재키와이 등 현재 여성 래퍼는 기존 남성 래퍼가 보여주지 못했던 음악을 선보이고 있다”며 “다양한 힙합 음악에 갈증을 느꼈던 팬들이 이들의 음악에 만족하고 환호를 보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강진구 기자 realni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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