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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뒷담화]어제의 친구가 오늘의 적, 대립하는 코카 농민 출신 볼리비아 대통령과 코카 농민들

입력
2019.03.20 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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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볼리비아의 수도 라파스에서 열린 프랭클린 구티에레즈 코카생산자연합회장 석방 촉구 집회에서 한 코카 재배농민이 코카잎을 씹고 있다. AP 연합뉴스
19일 볼리비아의 수도 라파스에서 열린 프랭클린 구티에레즈 코카생산자연합회장 석방 촉구 집회에서 한 코카 재배농민이 코카잎을 씹고 있다. AP 연합뉴스
수백 명의 볼리비아 코카 재배농민들이 19일 수도 라파스에서 반정부 집회를 열고 프랭클린 구티에레즈 코카생상자연합회장의 석방을 촉구하고 있다. EPA 연합뉴스
수백 명의 볼리비아 코카 재배농민들이 19일 수도 라파스에서 반정부 집회를 열고 프랭클린 구티에레즈 코카생상자연합회장의 석방을 촉구하고 있다. EPA 연합뉴스

남미에 가면 껌 대신 초록색 잎을 질겅질겅 씹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마약 ‘코카인’의 원료인 코카나무 잎은 노동에 지친 현지 주민들의 심신을 달래주는 오랜 기호품이다. 콜롬비아, 페루와 함께 세계 코카 재배량의 98%를 책임지는 볼리비아의 현 대통령이 코카 재배농민 출신인 것은 어찌 보면 자연스럽기까지 하다.

과거 코카 농민 노동조합 총서기를 역임했던 에보 모랄레스 볼리비아 대통령은 코카 농민들의 지지를 기반으로 정계에 진출했다. 볼리비아의 ‘코카 문화’를 탄압하는 ‘미 제국주의’를 규탄해온 모랄레스 대통령은 2006년 대통령궁에 입성한 후 3연임에 성공해 4번째 대선 출마를 앞두고 있다. 코카 농민들과 운명공동체일 것만 같은 모랄레스 대통령이지만 최근 현지 농민들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에보 모랄레스 볼리비아 대통령이 목에 코카잎을 두르고 있다. 모랄레스 대통령은 코카 재배농민 출신으로, 코카 농민 노동조합 활동을 하며 정치에 발을 들였다. 로이터 연합뉴스
에보 모랄레스 볼리비아 대통령이 목에 코카잎을 두르고 있다. 모랄레스 대통령은 코카 재배농민 출신으로, 코카 농민 노동조합 활동을 하며 정치에 발을 들였다. 로이터 연합뉴스
19일 볼리비아의 수도 라파스에서 열린 프랭클린 구티에레즈 코카생산자연합회장 석방 촉구 집회에서 한 코카 재배농민의 머리에 코카잎이 붙어있다. EPA 연합뉴스
19일 볼리비아의 수도 라파스에서 열린 프랭클린 구티에레즈 코카생산자연합회장 석방 촉구 집회에서 한 코카 재배농민의 머리에 코카잎이 붙어있다. EPA 연합뉴스

모랄레스 정권은 ‘코카인 말고 코카(Coca Yes, Cocaine No)’ 정책을 펼치며 코카의 ‘합법적인 소비’를 장려하고 코카가 마약 제조로 흘러 들어가는 것을 막으려고 했다. 비록 부정부패로 인해 제대로된 성과를 보지 못했지만 지속되는 정부의 강도 높은 단속에 주민들이 반발했다. 이런 상황에서 코카 단속 정책을 총괄하던 관료가 사망했는데, 모랄레스 정부는 이 사건의 배후로 프랭클린 구티에레즈 코카생산자연합회장을 지목하고 구속시켰다. 19일(현지시간) 볼리비아의 수도 라파스의 코카 농민 집회는 구티에레즈 회장의 석방을 요구하며 벌어졌다.

19일 집회 중 프랭클린 구티에레즈 코카생산자연합회장이 수감된 감옥을 지키고 있는 경찰 대원이 집회에 참가한 농민이 준 코카잎 봉지를 들고 있다. AP 연합뉴스
19일 집회 중 프랭클린 구티에레즈 코카생산자연합회장이 수감된 감옥을 지키고 있는 경찰 대원이 집회에 참가한 농민이 준 코카잎 봉지를 들고 있다. AP 연합뉴스

코카잎은 그 자체로는 마약성분 함유량이 낮아 중독성이 없지만 코카잎에서 마약성분을 추출해 정제하면 악명 높은 마약 ‘코카인’이 된다. 이 때문에 미국 마약관리국은 1990년대에 2,000만 달러의 원조를 대가로 볼리비아의 코카 생산량을 줄이는 협약을 맺었다. 당시 협약을 반대하는 목소리를 냈던 모랄레스 대통령은 취임 후에도 국내 코카 생산량 제한을 두 배로 늘리고 국제사회가 코카를 마약으로 분류하지 않도록 설득하는 행보를 이어갔다. 그러나 소득의 상당부분을 코카 재배에 의존하며 ‘코카 문화’에 익숙해진 주민들의 성에 차지 않는 모양이다. 코카로 정계에 입문하고, 공식석상에서 코카잎을 목에 두르고 다니던 모랄레스 대통령이 이제 코카 때문에 정치적 위기를 맞았다.

이한호 기자 han@hankookilbom.com

수백 명의 볼리비아 코카 재배농민들이 모인 19일 프랭클린 구티에레즈 코카생상자연합회장의 석방 집회에서 농민들이 코카잎을 함께 씹고 있다. AP 연합뉴스
수백 명의 볼리비아 코카 재배농민들이 모인 19일 프랭클린 구티에레즈 코카생상자연합회장의 석방 집회에서 농민들이 코카잎을 함께 씹고 있다. AP 연합뉴스
19일 볼리비아의 수도 라파스에서 코카 재배농민들이 프랭클린 구티에레즈 코카생산자연합회장의 석방을 촉구하며 구티에레즈 회장의 사진을 들고 걷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19일 볼리비아의 수도 라파스에서 코카 재배농민들이 프랭클린 구티에레즈 코카생산자연합회장의 석방을 촉구하며 구티에레즈 회장의 사진을 들고 걷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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