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사연 ‘혁신적 포용국가의 과제’ 심포지엄
이제민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은 19일 “공식 통계보다 분배 상태가 더 나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정부가 빠른 시일 내에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편성해 단기적으로 내수 부양에 나서야 한다고 주문했다. 국민경제자문회의는 의장인 대통령에게 경제정책을 조언하는 헌법상 기구로, 대통령의 경제 ‘씽크탱크(think tank)’로도 불린다.
이 부의장은 이날 서울 양재동 엘타워에서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와 소득주도성장특별위원회, 경제ㆍ인문사회연구회 주최로 열린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 혁신적 포용국가의 과제’ 심포지엄의 기조강연에서 이같이 말했다.
이 부의장은 “가처분소득 분포 기준으로 본 한국의 불평등 수준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상위권”이라며 “높은 기업 저축률 등을 감안하면 OECD 국가 중 최악의 분배상태일 가능성도 있다”고 진단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작년 4분기(10~12월) 소득하위 20% 가구의 소득이 1년 전보다 17.7% 감소하며 하위 20%와 상위 20%간 소득격차가 5.47배로 2003년 이후 역대 최고치(4분기 기준)를 기록했다. 이 부의장의 언급은 이 격차가 통계보다 더 클 수 있다는 의미다.
또 이 부의장은 최근 한국의 성장잠재력이 떨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외환위기 이후 성장률 하락에도 불구, 중진국 함정에 빠지지 않고 선진국 반열에 올라섰지만 성장잠재력이 크게 약화됐다”고 말했다. 성장잠재력을 끌어내리는 요인으로는 △출산율 저하 △이공계 비(非)선호 △기업가 정신 실종 △두뇌유출 재개 등을 꼽았다.
그는 해법으로 ‘내수 중심 성장’을 제안했다. “단기적으로 정부가 직접 내수를 부양해야 하며 낡은 사회간접자본(SOC)을 개ㆍ보수하고 최빈층 대상 복지를 늘리는 등 확장적 재정정책을 써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재정정책 집행 효과가 나타날 때까지의 시차를 고려해 이른 시일 내에 추경을 편성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미세먼지 추경 편성’ 검토 지시(6일)와 국제통화기금(IMF)의 ‘최소 9조원 추경’(12일) 권고에 이어, 이 부의장도 추경 편성을 언급한 셈이다.
공공ㆍ금융ㆍ재정 분야의 개혁 필요성도 언급됐다. 그는 “금융개혁의 핵심은 공공 부문으로, 정부의 위기대응 역할은 인정하나 민간에 대한 정부의 무게를 줄이는 것이 주요 과제”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이 금융사 경영을 통제하는 ‘관치금융’을 지적한 것으로 해석된다. 재정 분야와 관련해선, “공공일자리 확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은 필요하고 바람직하나 효율성을 높일 방안을 검토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세종=박준석 기자 pj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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