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의자, 카톡으로 엄마 행세하며 살해 숨겨
범행 동기ㆍ5억원 행방 등 미스터리 여전
'청담동 주식부자' 이희진씨의 부모 살해 용의자 김모(34)씨가 18일 오전 경기 안양시 동안경찰서에서 조사를 받기위해 이동하고 있다. 뉴스1

‘청담동 주식 부자’ 이희진(33)씨의 부모를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는 피의자 김모(34)씨가 범행 직후 이씨 어머니의 휴대폰으로 ‘엄마행세’를 하면서 범행 사실을 숨겨온 사실이 드러났다.

19일 경기 안양동안경찰서에 따르면 피의자 김씨는 범행 당시 이씨 어머니(58)의 휴대폰으로 둘째 아들 이희문(31)씨와 카카오톡 대화를 시도했다. 카톡 대화 내용은 일상적인 대화수준이어서 이씨가 엄마로 속았을 가능성이 높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부모님 실종 신고가 늦어진 것도 이 때문이라고 경찰은 밝혔다.

경찰은 또 김씨로부터 숨진 이씨 부부가 ‘이희진씨의 부모’라는 사실을 알고 2월 초부터 인터넷을 통해 중국 동포를 구해왔다는 진술도 확보했다. 범행 당일 아파트 계단에 숨어 있다가 이씨 부부가 집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보고 뒤따라 들어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확인됐다.

‘현금 5억원’도 범행 당일 동생 이씨가 자신의 고급 슈퍼카를 판 금액의 일부로 확인됐다. 당시 가방에 돈을 담아 아버지(62)에게 전달했다고 했다. 경찰은 다만 어떤 차종을 얼마에 매각했는지에 대해서는 개인 정보라는 이유로 밝히지 않았다.

현금 5억원이 있었다는 것은 동생 이씨가 경찰에 밝히면서다. 반면 김씨는 가방에 든 금액이 얼마인지 모른다고 경찰에 진술한 바 있다.

경찰은 이 때문에 김씨의 범행을 ‘보복’ ‘채무’ 등이 아닌 ‘계획된 강도살인’에 무게를 두고 있다. 경찰은 이날 오전 김씨에 대해 강도살인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은 중국 칭다오로 도주한 중국 동포 3명 외에 시신을 수습하기 위해 범행 현장에 나타난 한국인 남성 2명의 신원을 확보, 조사 중이다. 이들의 진술에 따라 ‘시신유기’ ‘범죄은닉’ 등 범죄 혐의를 적용하기로 했다.

범행 동기 등 여전히 풀리지 않는 미스터리도 있다. 경찰은 강도살인으로 보고 있지만 김씨는 줄곧 “2,000만원 채무”가 범행 동기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채무자가 숨지면 돈을 받을 수 없을 가능성이 높아지는데도 굳이 채권자인 김씨가 범행을 저질렀을지 의문이 남는다.

시신 유기 방법도 석연치 않다. 김씨는 이씨 어머니의 시신을 집안 장롱에 두고, 아버지의 시신은 냉장고에 유기한 뒤 경기 평택 자신의 창고로 보냈다. 사건발생 후 시신이 발견되기 까지 3주 정도의 시간이 있었음에도 김씨는 시신을 이동시키지 않았다. 완전범죄 혹은 범행 발각시점을 지연시키기 위해 시체를 암매장하는 통상적인 수법과는 다르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경찰은 아직 관련 진술을 확보하지 못한 상태다.

5억원의 행방도 오리무중이다. 김씨는 경찰에서 “공범(중국 동포)에 일부 건넸고, 나머지는 내가 범행 관련에 썼다”고 했다. 그가 체포 당시 갖고 있던 금액은 1,800만원이 전부였다. 금액이 얼마인 줄도 모르면서 얼마를 공범에게 줬는지도 모른다고 한다.

경찰은 “현재 김씨의 조서를 꾸미는데 상당한 어려움이 많다”며 “조사도 쉽지 않은 만큼 구속영장이 발부 되는대로 본격적인 조사를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김씨에 대한 영장실질심사는 20일 오전 10시 30분 수원지법 안양지원에서 열린다.

한편 이희진 씨는 지난 18일 항소심 재판부에 제출한 구속집행 정지 신청이 받아들여져 곧바로 부모의 시신이 안치된 경기 안양시의 종합병원 장례식장을 찾았다. 이씨 형제는 취재진의 접근을 일체 거부한 채 빈소를 지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발인은 20일 오전이며, 장지는 수원연화장이다. 이씨의 구속집행 정지는 21일 오후 9시까지다.

임명수 기자 so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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