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법 알려준 대가로 1000만~5000만원 받아 챙긴 브로커도
일시적으로 청력을 마비시켜 병역을 회피한 전 사이클 국가대표 등이 덜미를 잡혔다.
김태화 병무청 차장은 19일 병역을 회피하기 위해 고의로 청각을 마비시킨 혐의(병역법 위반)로 브로커 이모(32)씨 등 11명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이씨와 전직 사이클 국가대표 A(31)씨는 기소돼 대구지법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이들은 병원 주차장 내 승용차 안에서 1~2시간 자전거 경음기 또는 응원용 나팔(에어혼)을 귀에 대고 점차 강도를 높이는 식으로 일정시간 고음에 노출되도록 해 청각을 마비시키는 수법을 사용했다. 일시적으로 청각이 마비된 상태에서 병원에서 장애진단서를 발급 받아 장애인으로 등록해 병역을 면제 받았다고 병무청은 설명했다. 전시근로역 5급 판정을 받으려면 56데시벨 이상, 완전 면제는 71데시벨 이상의 소리만 들을 수 있는 정도여야 한다. 71데시벨은 공장 내에서 발생하는 소음 이상의 고음만 들을 수 있는 정도다. 일정 시간이 지나면 원래 청력으로 돌아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2011년 이런 수법으로 병역을 회피한 이씨는 다른 사람들에게 뒷돈을 받고 수법을 알려준 것으로 조사됐다.
대구지방병무청 특별사법경찰은 A씨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A씨에게 1,500만원을 받고 범행 수법을 알려 준 이씨를 구속 수사하면서 이씨에게 배운 방법으로 병역을 면탈한 6명과 면탈을 시도하던 2명을 잇달아 입건했다. 100만명 이상의 구독자를 보유한 인터넷TV 개인방송 진행자(BJ)도 적발됐다. 이씨에게 범행을 알선한 이씨의 동생 2명, 고향 선배 1명 등 3명은 이씨와 함께 소개 명목으로 받은 1,000만~5,000만원의 뒷돈을 나눠 가진 것으로 조사됐다.
2012년 특사경 제도 도입 이후 처음으로 브로커가 개입한 병역면탈 사례를 잡아낸 병무청은 최근 7년간 청력 장애로 병역 면제로 판정된 1,500여명을 상대로 18세 이전 과거 병력과 치료 이력, 보청기 구매 이력 등을 살펴 병역 면탈자를 추가 색출할 방침이다.
병무청 관계자는 “이번에 적발된 사람들이 병역법 위반으로 유죄가 확정되면 형사처벌과 함께 다시 병역판정검사를 받고, 그 결과에 따라 병역의무를 이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아람 기자 oneshot@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