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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위 “버닝썬 집단폭행 신고자 김상교씨 체포는 공권력 남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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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위 “버닝썬 집단폭행 신고자 김상교씨 체포는 공권력 남용”

입력
2019.03.19 15:03
수정
2019.03.19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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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찰 체포서, 사실과 다르게 부풀려 작성 

 김상교씨는 19일 명예훼손 피의자로 경찰 출석 

 “책임감 갖고 해결해야 한다는 생각에 여기까지” 


버닝썬 사태의 발단이 된 집단폭행 신고자 김상교씨가 19일 오전 명예훼손 사건 피고소인 신분으로 서울경찰청에 출석하며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버닝썬 사태의 발단이 된 집단폭행 신고자 김상교씨가 19일 오전 명예훼손 사건 피고소인 신분으로 서울경찰청에 출석하며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국가인권위원회가 서울 강남의 클럽 버닝썬에서 집단폭행을 당했다고 신고한 김상교(28)씨를 경찰이 현행범으로 체포한 것은 과도한 공권력 남용이라고 판단했다. 지난해 11월 24일 발생한 김씨 폭행사건과 112신고는 결과적으로 마약 유통과 경찰 유착, 연예인 성폭력 등으로 확대된 이른바 버닝썬 사태의 도화선이 됐다.

인권위는 “버닝썬에서 폭행을 당해 112에 신고를 했는데도 되레 현행범으로 체포되고 경찰관에게 맞았다”며 지난해 12월 김씨의 어머니가 제기한 진정에 대해 경찰이 공권력을 남용해 김씨의 인권을 침해한 게 인정된다고 19일 밝혔다.

경찰은 인권위 조사에서 당시 김씨가 흥분해 시비를 걸고 여러 차례 경고에도 말을 듣지 않아 어쩔 수 없이 김씨를 현행범으로 체포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인권위 조사 결과는 달랐다.

경찰이 작성한 112신고사건 처리표를 비롯해 현행범체포서, 사건현장과 서울강남경찰서 역삼지구대 폐쇄회로(CC)TV 등을 두루 살핀 결과 아무리 경찰관의 재량을 인정해도 김씨를 현행범으로 체포할만한 필요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게 인권위의 설명이다.

인권위는 경찰관들이 피해자와 클럽 직원간 실랑이를 보고도 곧바로 제지하지 않았고, 신고자의 피해진술을 충분히 듣거나 이를 직접 확인하려는 조치가 부족했다고 판단했다.

인권위 조사에서는 김씨가 클럽 앞에서 쓰레기통을 발로 차고 클럽 직원들과 실랑이를 벌였던 건 약 2분 정도였고, 경찰관에게 한 차례 욕설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경찰관이 작성한 현행범체포서에는 ‘20여 분간 클럽 보안업무를 방해했고, 경찰관에게 수많은 욕설을 했고, 폭행 가해자 장모씨를 폭행했다’고 적혀 있다. 경찰의 현행범 체포서가 상당 부분 사실과 다르게 부풀려 작성됐다는 게 인권위의 판단이다.

인권위는 경찰이 김씨를 체포하기 전 신분증 제시를 요구하거나 체포될 수 있음을 미리 경고하는 과정도 건너뛰었다고 지적했다. 당시 경찰관은 한 차례 욕설을 하고 약 20초간 항의한 김씨를 곧바로 바닥에 넘어뜨리며 현장 도착 뒤 3분 만에 체포했는데, 인권위는 “재량을 상당 부분 인정해도 피해자를 현행범으로 체포한 행위는 당시 상황에 비춰 현저히 합리성을 잃은 공권력 행사의 남용이자, 신체의 자유를 침해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씨가 폭행을 당해 치료가 급한데도 경찰이 방치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인권위는 진정인 손을 들어줬다. 인권위는 “당시 역삼지구대에 도착한 김씨가 통증을 호소한데다 김씨의 어머니가 치료를 계속 요청했고 병원 진료가 필요하다는 119대원의 의견이 있었는데도 경찰은 뒷수갑을 채워 김씨를 의자에 결박한 상태로 2시간 30분간 지구대에서 대기하게 해 건강권을 침해했다”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현행범 체포에 관한 규정 개선과 함께 사건을 담당한 책임자급 경찰관들에 대해 주의 조치를 내리라고 경찰청장에게 권고했다. 이에 버닝썬 사태를 수사 중인 서울경찰청 합동조사단은 “관련자료 확인 및 외부자문 등 조사 절차가 마무리 단계인 만큼 인권위의 권고를 충분히 검토해 조만간 공식입장과 개선책을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폭행사건과 관련해 버닝썬 이사와 출동한 경찰관들에게 명예훼손 혐의로 피소된 김씨는 이날 서울경찰청에 출석해 조사를 받았다. 김씨는 조사 전 취재진에게 “폭행 피해자가 국가의 보호를 받기 위해 112에 신고했는데 도움을 받지 못했고, 나 말고 유사한 피해자가 많음을 느꼈다”면서 “책임감을 갖고 국민께 알려야 한다는 생각에 여기까지 왔다”고 그간의 소회를 밝혔다.

김동욱 기자 kdw1280@hankookilbo.com

이현주 기자 mem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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