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의 활’이란 뜻의 천궁(天弓)은 무지개를 달리 부르는 말이기도 하다. 우리나라가 국산 중거리 지대공 미사일을 개발한 뒤 이 이름을 붙인 것은 천궁의 일반적 궤적이 무지개처럼 창공에 포물선을 그리기 때문이다. 대만이 미국의 도움을 받아 개발한 미사일 한자를 똑같은 톈궁(天弓)으로 명명한 것도 같은 이유다. 우리가 천궁을 만든 것은 미국산 지대공 미사일 호크(HAWK)를 대체하기 위함이었다. 1960년대에 개발된 호크로는 갈수록 진화하는 북한 스커드미사일 등의 위협에 제대로 대응하기 힘들었다.
□ 2000년 개발팀이 꾸려졌다. 하지만 기술적 어려움이 컸다. 돌파구는 러시아를 통해 마련됐다. 우리가 구소련에 제공한 경협차관(14억7,000만달러)이 현물 상환되는 과정에서 러시아 전차 등과 함께 지대공 미사일 기술도 도입됐다. 미사일 자체에 소형 추적 레이더를 장착해 목표물을 향해 스스로 날아가도록 하는 ‘능동 레이더 유도’ 기술과 발사관에서 압축 가스로 툭 튀어나온 뒤 공중에서 추진 기관을 점화시켜 비행하게 하는 ‘콜드런치’ 기술의 국산화에 적잖은 도움이 됐다. 천궁은 2016년부터 실전 배치되고 있다.
□ 총사업비가 1조원에 가깝다 보니 비리도 있었다. 감사원은 지난해 2월 방위사업청 담당자들이 방산업체 LIG넥스원의 편의를 봐 주고 전역 후 재취업은 물론 아내, 조카, 처남까지 관계사에 취업시킨 사실 등을 적발했다. 300억원이 넘는 예산이 낭비됐다는 게 감사 결과였다. 이후 1년여가 지난 18일 천궁 한 발이 강원 춘천시 공군부대에서 정비 중 비정상적으로 발사된 뒤 공중 폭발했다. 사고 원인은 조사 중이다. 비리와는 무관하길 바란다.
□ 군은 2023년까지 천궁 7개 포대를 전력화해 총 224기의 미사일을 배치할 계획이다. 그러나 천궁이 막아야 할 사거리 300~700㎞의 북한 스커드미사일은 600~800기다. 부족하다. 더구나 천궁의 사거리는 40㎞로 방어 반경도 작다. 2차 북미 정상회담이 결렬되고 핵ㆍ미사일 위협도 달라진 게 없는 상황이다. 대화로 문제를 풀어야겠지만 그전까지 마냥 무방비로 있을 수만도 없다. 남북 미사일 감축 협상을 하든지 아니면 촘촘한 미사일 방어 체계를 구축하는 게 상식이다. 이번 사고가 천궁의 성능과 미사일 방어 체계를 개선하는 데 약이 되길 기대한다.
박일근 논설위원 ik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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