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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속장애 이어 테러 생중계까지… 얼굴 못들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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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속장애 이어 테러 생중계까지… 얼굴 못들 페이스북

입력
2019.03.18 18:00
수정
2019.03.18 20:30
8면
0 0

개인정보 유용 미 검찰 조사 겹쳐

부정적 여론 눈덩이처럼 불어나

페이스북 최고경영자 마크 저커버그가 지난 2013년 4월 미국 캘리포니아 멘로 파크에 있는 페이스북 본사 앞을 지나고 있다. AP 연합뉴스 자료사진
페이스북 최고경영자 마크 저커버그가 지난 2013년 4월 미국 캘리포니아 멘로 파크에 있는 페이스북 본사 앞을 지나고 있다. AP 연합뉴스 자료사진

“점점 더 많은 소비자, 정치인, 투자자들은 페이스북이 가져다 주는 득보다 실이 더 큰 게 아닌지 묻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17일(현지시간) 세계 최대 사회관계망서비스(SNS)기업 페이스북의 현주소를 이렇게 평가했다. 사용자 개인정보 유용, 2012년 이후 최장시간 접속장애 사태 등이 연달아 터지더니 이번엔 ‘뉴질랜드 총기난사 생중계’라는 최악의 상황까지 벌어지면서 페이스북을 향한 부정적인 여론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지난 15일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 소재 이슬람사원(모스크) 두 곳에서 발생한 무슬림 혐오 테러는 페이스북을 통해 17분 동안이나 전 세계에 생중계됐다. 테러범 브렌턴 태런트(28)가 헬멧에 카메라를 부착해 촬영한 이 영상에는 그가 차량으로 이동한 뒤 자동소총을 꺼내 사원에 진입해 난사하는 장면이 고스란히 담겼다. 페이스북은 테러 직후 태런트의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계정을 삭제하고 24시간 안에 영상 복사본 120만건의 업로드를 저지했지만, 30만건 이상은 페이스북에 게재된 뒤에야 삭제됐다. 처음 페이스북을 타고 온라인 세계에 던져진 이 영상은 익명 커뮤니티 등에서 여전히 공유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저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는 “라이브 스트리밍 문제와 관련해 페이스북과 대화를 원한다”고 밝혔고, 토니 페르난데스 에어아시아 최고경영자(CEO)는 ‘넘쳐나는 증오’를 탓하며 팔로워가 67만명에 이르는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했다. 믹 멀베이니 미국 백악관 비서실장대행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백인 우월주의자라는 세간의 비난을 반박하면서 “뉴질랜드 테러와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보다 마크 저커버그(페이스북 CEO)가 더 비난받아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2016년 시작된 페이스북 라이브 서비스가 범죄 생중계에 악용된 건 처음이 아니다. 2017년 한 태국 남성이 어린 딸을 살해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 장면을 여과없이 내보내 전 세계를 충격에 빠뜨린 게 대표적인 예다. 톰 보서트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이날 ABC방송에 “지금이야말로 생중계를 지연하도록 SNS 기업에 강제해야 하는 시기”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문제는 페이스북이 직면한 악재가 한두 개가 아니라는 데 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지난해 말 페이스북이 2010년부터 가입자 개인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권한을 150개 업체에 제공했다고 보도한 데 이어 미국 연방검찰이 이에 대해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지난 13일 전했다. 공교롭게도 페이스북은 같은 날 오전(미국 동부시간)부터 이튿날 오후까지 자체 서비스 및 왓츠앱 등이 전면 불통되는 접속 장애를 보이며 체면을 구겼다.

게다가 페이스북은 대선 출마를 선언한 엘리자베스 워런 미 연방 상원의원이 정보기술(IT) 대기업의 독점체제를 해체하는 법안을 추진하자 그의 정치광고를 삭제하는 ‘치졸한’ 행태를 보여 비난을 자초했다. 최근엔 사생활 보호 지향적인 플랫폼으로 변화할 것이라는 입장을 내놓았지만, 곧이어 크리스 콕스 최고제작책임자(CPO)와 왓츠앱을 담당해온 크리스 대니얼스 부사장이 회사를 떠나면서 내부 분위기도 좋지 않다. 증오 콘텐츠를 걸러내기 위해 인공지능(AI) 감시견을 가동한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했지만 이번 총격 영상을 사전에 차단하지 못한 데 대한 비판도 상당하다.

페이스북의 위기는 수치로도 드러난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페이스북을 향해 부정적 감정을 표출한 트위터 게시물은 뉴질랜드 총격 테러가 발생한 지난 14일(미국시간) 8개월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튿날 페이스북 주가는 2.5%나 떨어져 2개월여만에 하루 최대 낙폭을 보였다.

손영하 기자 froze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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