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가 국내 최초로 전남 순천만에 도입한 무인궤도차(스카이큐브) 사업을 운영 5년 만에 사실상 포기한 가운데 적자운영 책임을 놓고 갈등을 빚고 있는 순천시를 상대로 1,300억원대 거액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순천시와 시민사회단체는 대기업인 포스코가 운영 책임을 지자체에 떠넘기며 갑질ㆍ횡포를 부리고 있다며 맞소송을 계획하는 등 반발이 커지면서 양측의 첨예한 공방이 예상된다.
18일 순천시에 따르면 포스코 출자기업인 (주)순천에코트랜스는 지난 15일 순천시에 스카이큐브 시설 투자금과 적정 수익이 나오지 않으면 보상하는 투자위험분담금, 향후 예상 수익금 등을 포함해 총 1,367억원의 손해배상을 요구하며 대한상사중재원에 중재를 신청했다. 앞서 1월에는 순천시에 운영 협약 해지를 통보했다.
사건을 접수한 대한상사중재원은 순천시와 에코트랜스에서 추천한 인사 등 3명으로 중재판정부를 구성해 중재 신청 접수 후 3개월 이내에 중재 판정을 하며 판정 결과는 단심제로 곧바로 효력이 발생한다. 결과는 오는 7월쯤 나올 것으로 예상되며 판정 결과는 법원의 확정판결과 동일한 효력을 지닌다.
포스코가 자체 개발해 국내 첫 도입한 철도시스템인 스카이큐브는 순천만국가정원과 순천문학관을 잇는 4.6㎞ 구간에 높이 2.5~4.5m 궤도를 놓고 운전사 없이 목적지까지 운행하는 무인궤도택시다. 순천시와 포스코는 2011년 1월 실시협약을 맺고 포스코가 30년간 독점 운영한 뒤 순천시에 기부채납하기로 했다. 2014년 4월 상업운행에 들어가 현재 40대를 운행 중이지만 누적적자가 200억원에 이른다는 것이 업체 주장이다.
에코트랜스 관계자는 “협약 당시 순천시는 스카이큐브 이용 활성화를 위해 순천만습지 주차장을 없애고 이용료를 입장료에 포함해 통합 발권하며, 적자가 발생하면 손실금 일부를 지원해주기로 했지만 이행하지 않았다”며 “운영에 어려움이 있어 1년 전부터 순천시에 무상으로 기부채납할 의사를 밝혔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협약 내용을 순천시가 지켰다면 정상적으로 운영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순천시는 협약 내용이 공정거래법상 위반 소지가 있다고 보고 포스코에 공문을 보내 적자 보전, 이용권 통합발권, 순천만습지 주차장 폐쇄 등 독소조항 6개 항목에 대해 협약서 수정을 요청했고, 업체 측도 협약서 수정에 동의하고 2013년 7월 합의서까지 작성했으나 이후 포스코 측이 이행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허석 순천시장은 이날 순천만국가정원 스카이큐브 정원역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포스코가 원천기술을 가진 영국의 벡터스라는 회사를 인수하면서까지 의욕적으로 추진한 시범사업이었지만 수출실적이 없는 등 반향이 없자 벡터스는 이미 매각했고 신성장산업이라는 기대는 물거품이 됐다”며 “적자의 책임을 순천시에 떠넘기면서 시민 한 세대당 130만원, 총 1,367억원이라는 천문학적 금액을 보상하라는 것은 시민을 우롱하는 행위”라고 비난했다.
그는 “스카이큐브의 운영 중단은 도시 이미지의 추락, 28만 순천시민의 자존심 추락 등 순천시가 오히려 피해와 손해를 받아 이에 대한 전적인 책임은 포스코에 있다”며 “대기업의 횡포에 맞서 국정감사와 세무조사 요구 등 모든 역량을 총동원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허 시장은 전 시민 서명운동을 비롯해 대규모 규탄 촛불집회 등 포스코 저항운동을 전개해 나가기로 했다. 스카이큐브 적자 보상 요구에 대해 지역 시민사회단체도 집단 소송을 준비하고 나서 포스코와 순천시의 갈등이 지역사회 전체로 확산할 것으로 보인다.
하태민 기자 ham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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