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말까지 결단 촉구… 경총은 “위원회가 노동계에 경도” 반박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을 위한 노사정 협의를 진행하고 있는 사회적 대화기구의 공익위원들이 “시간이 없다”면서 노사정의 조속한 합의를 촉구하고 나섰다.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산하 의제별 위원회인 노사관계 제도ㆍ관행 개선위원회(이하 노사관계위)의 박수근 위원장(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등 공익위원 7명은 18일 서울 종로구 경사노위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ILO 기본협약(핵심협약) 비준 등에 관한 노사정 합의를 위한 공익위원 제언’을 발표했다.
공익위원들은 “늦어도 3월 말까지 노사가 대승적인 결단을 내려 ILO 기본협약 비준에 따른 법 개정 논의와 관련한 최종적인 사회적 합의를 마무리할 것을 간곡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공익위원들은 이달 말까지 노사가 합의에 도달하지 못하면 작년 11월 발표한 단결권에 관한 공익위원 권고안과 단체교섭ㆍ쟁의행위 논의 결과를 그대로 국회에 제출하기로 했다. 단체교섭ㆍ쟁의행위 의제는 노사 합의가 없으면 공익위원 권고안도 내지 않을 방침이다.
노사 어느 쪽에도 속하지 않은 전문가 집단을 표방하는 공익위원들이 공개적으로 합의를 촉구하고 나선 것은, 오는 4월9일까지 ILO 핵심협약 비준을 위한 구체적 성과가 없으면 우리나라가 유럽연합(EU)과 체결한 자유무역협정(FTA) 합의를 위반한 것이 돼, EU로부터 직ㆍ간접적인 불이익을 받고 국제적 망신을 사게 될 것이란 전망 때문이다.
한국은 EU와 2009년 FTA를 맺으면서 노조할 권리 확대를 보장하고 강제 노동을 금지하는 내용을 담은 ILO 핵심협약을 비준하기로 약속했다. 그러나 한국 정부가 이를 10년 가까이 지키지 않자 EU가 요구해 지난해 말부터 양국 간 공식적인 분쟁해결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일부 공익위원들은 현재 논의가 공전하는 책임이 노동계보다는 경영계에 있다고 지적했다. 박수근 위원장은 개인 의견임을 전제로 “경영계가 (ILO 핵심협약과 무관한) 단체교섭이나 쟁의행위 관련된 상황을 강하게 주장해서 노동계가 수용하기 어려운 상황을 만들고 있고, 전체적으로 경영계 요구는 지나친 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ILO 핵심협약을 비준하려면 해직자ㆍ실업자의 노조할 권리 보장, 전교조 합법화 등 단결권 관련 법 조항만 개정하면 된다. 그런데 경영계는 노조 파업시 대체인력 투입 허용, 부당노동행위 형사처벌 폐지 등 사용자의 방어권을 높이기 위한 조치도 함께 수반돼야 합의해 줄 수 있다고 맞서고 있다.
반면 경영계는 이날 공익위원 제언에 대해 강한 유감을 표명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입장문을 내고 “노사관계위가 객관적ㆍ중립적으로 운영되지 못한 것에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경총은 입장문에서 “공익위원 제언은 ILO 기준협약 비준의 시급성만을 중점적으로 강조하면서 경영계 요구사항은 노동계 반발이 약한 사항만 우선 고려하고 핵심 요구사항은 뒤로 미루자는 것”이라면서 “이는 노사관계 개선위가 주로 노동계 의견에 경도됐음을 반영하는 것으로, 경영계는 결코 수용할 수 없음을 밝힌다”고 덧붙였다.
이성택 기자 highn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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