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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잉 사태로 美 콧대 누른 시진핑, 이번엔 유럽서 일대일로 세일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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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잉 사태로 美 콧대 누른 시진핑, 이번엔 유럽서 일대일로 세일즈

입력
2019.03.18 15:03
수정
2019.03.18 1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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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로이터 연합뉴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로이터 연합뉴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21일부터 이탈리아, 모나코, 프랑스 순방에 나선다. 시 주석이 유럽을 찾는 건 지난해 11월 말 스페인, 포르투갈 국빈방문 이후 4개월 만이다.

중국 외교부는 18일 루캉(陸慷) 대변인 명의 성명을 통해 “시 주석이 세르지오 마타렐라 이탈리아 대통령, 알베르 2세 모나코 국왕,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초청에 따라 21~26일 이탈리아, 모나코, 프랑스 3개국을 국빈 방문한다”고 밝혔다.

언뜻 통상적인 일정으로 비치지만 미국 보잉 737맥스 사태로 최근 국제사회에서 중국의 위상이 확연히 달라진 만큼 이번 순방의 의미는 남다르다. 이탈리아는 주요 7개국(G7) 가운데 처음으로 일대일로(一帶一路ㆍ육상 및 해상 실크로드) 참여를 공식화했다. 이번 방문에서 양국은 일대일로 양해각서(MOU)를 체결할 전망이다. 중국이 주도하는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의 자금 지원을 받아 공동 사업을 추진하고 도로와 철도, 교량, 항공, 항만, 에너지, 통신 등 다양한 분야의 협력방안이 담길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의 해외 영향력 확대 전략인 일대일로에는 전세계 123개국이 참여하고 있지만 그간 아프리카, 중남미, 동남아지역이 주를 이뤘다. 유럽에서는 상대적으로 낙후한 그리스, 포르투갈, 헝가리에 그쳤다.

하지만 G7 멤버라는 상징성을 갖춘 이탈리아가 참여하면서 중국은 든든한 지원군을 확보하게 됐다. 마침 내달 하순에는 전세계 40여개국 정상을 베이징으로 초청해 일대일로 정상포럼을 개최하려던 참이다. 무역협상이 한창인 미국을 상대로 국제사회에서 세를 불리고,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에 대한 유럽의 봉쇄망을 흔들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시 주석이 개발도상국이 아닌 유럽을 올해 첫 해외순방국으로 택한 것도 그 때문이다.

특히 시 주석이 바티칸을 찾아 프란치스코 교황과 만난다면, 중국 최고지도자로서는 역사상 첫 만남의 주역이 된다. 중국은 1951년 이후 68년간 바티칸과 외교관계를 단절한 상태지만 최근 관계 정상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지난해 9월 교황청은 교황의 승인을 받지 않고 임명된 중국 주교 7명을 승인하고, 중국은 교황을 가톨릭 교회의 수장으로 인정하는 등 오랜 적대관계에서 벗어나 화해무드로 접어들고 있다.

또 마지막 순방국인 프랑스는 중국과 더불어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이후 교착상태에 빠진 북한 비핵화 논의를 재개하려 중재자를 자임한 중국이 지렛대로 활용할 수 있는 상대다. 중국이 선도적으로 보잉 737 맥스 운항을 중단하면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콧대를 누른데 이어 다시금 국제사회에서 얼마나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베이징=김광수 특파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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