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태, 박근혜 정부 협조 구하던 시기 겹쳐… 제대로 검토했는지 의문”
법원이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별장 성접대 의혹’과 관련해 피해자의 재조사 요구를 기각했던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국회 법제사법위 소속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8일 “검찰뿐 아니라 법원도 김 전 차관의 성접대 의혹에 면죄부를 줬다”고 주장했다.
백 의원에 따르면 서울고법은 2015년 7월 8일 김 전 차관 사건 피해자인 이모씨가 제기한 재정신청을 ‘증거 불충분’을 이유로 기각했다. 재정신청은 고소인이나 고발인이 검찰의 불기소 처분에 불복해 법원에 기소해달라고 직접 신청하는 제도다.
앞서 김 전 차관을 성폭력 혐의로 고소한 이씨는 검찰이 증거 불충분을 이유로 무혐의 처분하자 서울고법에 재정신청을 냈다. 재판부는 이를 기각하며 “신청인이 제출한 자료와 수사기록만으로는 검찰의 불기소 처분이 부당해 그에 대한 공소제기 필요성이 있다고 보기 부족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법원이 이씨가 제출한 증거를 꼼꼼히 살폈는지 의문이 제기된다. 민갑룡 경찰청장은 최근 김 전 차관 사건과 관련해 “(2013년 수사 당시) 명확한 영상을 입수했는데 (김 전 차관을) 육안으로 식별할 수 있어 감정 의뢰 없이 검찰에 송치했다”고 밝혔다. 당시 경찰은 기소의견으로 사건을 넘겼으나 검찰은 동영상 속 인물이 김 전 차관이라고 확신할 수 없다는 등의 이유로 무혐의 처분했었다. 더구나 경찰이 디지털포렌식으로 확보한 동영상 등 3만건 이상의 증거를 누락했다는 사실이 밝혀지며 검ㆍ경 모두의 부실 수사 의혹이 제기된 상황이다.
법원도 관련 증거들을 넘겨 받아 검토했음에도 재정신청을 기각했다는 점에서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다. 백 의원은 “재정신청 기각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상고법원 추진에 열을 올리며 박근혜 정부에 긴밀한 협조를 구하던 시기”라며 “(사법농단 사건의 정점인)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과 청와대에서 비밀회동을 한 시기(2015년 7월 31일)와 겹친다”고 말했다.
백 의원은 또 “검찰의 과거 수사에 대해 여러 의혹과 의문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법원의 당시 판단 또한 매우 중요하다고 본다”며 “법원이 사건을 제대로 검토하고 재정신청을 기각한 것인지 다시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조재연 법원행정처장은 “이미 확정된 사건을 논란이 된다고 다시 살펴보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지용 기자 cdragon2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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