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간 말싸움 수위 상승
미국 행정부 내에서 대북 강경 기류를 이끌고 있는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이 북한의 핵ㆍ미사일 실험 재개 움직임과 관련 “도움이 안 되는 발언”이라며 노골적으로 불만감을 드러냈다. 하노이 회담 이후 북미 간 말 싸움의 수위가 높아지는 분위기다.
17일(현지시간) 미국 의회 전문 매체인 더힐에 따르면, 볼턴 보좌관은 이날 방송된 뉴욕의 AM970 라디오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그들은 핵 미사일 실험으로 돌아가는 방안을 다시 생각하고 있다”며 “이는 도움이 안 되는 발언이다. 좋은 생각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볼턴 보좌관이 최 부상의 발언 시점을 ‘바로 어젯밤’이라고 한 것에 비춰 인터뷰는 지난 15일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앞서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은 14일 평양에서 가진 인터뷰를 통해 “미사일 시험발사와 핵실험 유예(모라토리엄)를 계속 유지할지 말지는 전적으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결정에 달렸다”며 핵무기 개발 실험 재개 가능성을 시사했다. 핵무기 개발 실험 재개 카드를 통해 미국의 양보를 끌어내겠다는 전략으로 해석됐으나, 볼턴 보좌관은 북한의 이 같은 전략이 “좋은 생각이 아니다”고 곧바로 반박한 셈이 됐다.
볼턴 보좌관은 또 “유감스럽게도 북한은 그들이 해야 할 필요가 있는 것들에 대해 기꺼이 할 의향이 없었다”라고도 밝혔다. 지난 달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2차 북미 정상회담이 합의문 도출에 실패한 원인이 미국이 아닌 북한에 있다는 뜻이다.
볼턴 보좌관은 미 행정부 내 대표적 대북 매파로 꼽힌다. 그의 이 같은 성향을 감안하더라도 이날 그의 발언은 하노이 회담 이후 북한의 태도에 대한 미 행정부 내 기류를 반영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그간 두드러진 북한의 ‘도발 자제’ 무드는 북미 간 신뢰 형성의 중요한 밑바탕이었다. 볼턴 보좌관은 도발 카드를 만지작거리는 북한의 제스처만으로도 그간 형성된 북미 간 신뢰가 무너질 수 있다는 ‘경고’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해석된다.
볼턴 보좌관은 비핵화 문제를 둔 중국의 역할에 대해서도 대북 압박에 기대감을 내비쳤다. 그는 “중국은 동북아의 안정을 해친다는 이유에서 핵을 가진 북한을 보길 원하지 않는다는 걸 여러 차례에 걸쳐 언급해왔다. 이론상으로 중국은 우리와 같은 입장을 갖고 있는 것”이라며 “그들(중국)이 더 할 수 있는 건 북한에 보다 압박을 가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조영빈 기자 peoplepeople@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