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태죄는 여성 기본권 침해
국가인권위원회가 낙태한 여성을 처벌하는 건 여성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것이라며 현행 낙태죄 조항이 위헌이라는 의견을 헌법재판소에 제출했다. 인권위가 낙태죄 폐지에 공식 의견을 낸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르면 다음달 초 헌재의 낙태죄의 위헌 판단을 앞두고 인권위 의견이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인권위는 ‘낙태죄가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한다’는 입장에 따라 낙태죄에 대한 위헌 의견서를 헌재에 제출했다고 17일 밝혔다. 인권위는 의견서에서 “민주 국가에서 임신을 국가가 강제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낙태 역시 스스로의 판단에 따라 결정할 권리가 있고 국가는 이를 보장해야 한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인권위는 유엔 여성차별철폐위원회나 세계보건기구가 한국 정부에 “안전한 임신 중절을 시기 적절하게 받는 걸 방해하는 절차적 제도는 철폐돼야 한다”고 권고한 점도 근거로 들었다.
또 인권위는 “낙태죄는 일본의 형법에서 유래한 것으로 모자보건법상 우생학적 허용 조건을 활용해 생명을 선별했다는 문제제기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측면이 있다”며 낙태죄의 입법 목적이 정당하지 않다고도 지적했다. 그러면서 “낙태죄를 통해 낙태의 예방과 억제의 효과가 있는지도 의심스럽다”며 “오히려 낙태죄는 상대 남성이 여성에게 관계 유지나 금전을 요구하며 이를 거절할 때 낙태 사실을 고발하겠다는 협박이나 보복의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헌재는 이르면 다음달 초 ‘낙태죄’ 조항에 대한 위헌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헌재는 2012년 “태아의 생명권이라는 공익이 임산부의 자기결정권이라는 사익보다 우선한다”며 재판관 4대4 의견으로 낙태죄 합헌 결정을 내린 바 있다. 당시 인권위는 의견을 내놓지 않았다.
김동욱 기자 kdw1280@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