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LPGA 2000년생 돌풍 예고 “우리 경쟁자는 언니들 아녜요”
올해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신인왕 후보로 주목 받는 박현경(19ㆍ하나금융그룹)과 임희정(19ㆍ한화큐셀)은 10년 지기 단짝이다. 초등학교 때부터 각종 대회에서 마주하면서 경쟁과 위로를 통해 성장해 왔다. 15일 서울 양재동 더케이호텔 서울에서 만난 둘의 모습은 팔짱 끼고 꼭 붙어 다니면서 수다를 떠는 소녀들의 모습 그대로였다.
겉모습은 생기 발랄하지만 코스에만 들어서면 무서운 10대로 돌변, 언니들과 대결에서 결코 밀리지 않을 ‘슈퍼 루키’들이다. 이들은 동갑내기 조아연(19ㆍ볼빅)과 함께 올 시즌 신인왕 경쟁을 예고하고 있다. 박현경은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 프로출신 박세수(50)씨 딸이다. 2013년 국가대표 상비군에 뽑힌 뒤 2014년부터 2016년까지 국가대표를 지냈다. 16세이던 2016년 세계 아마추어골프 선수권 대회 단체전 우승을 따낸 실력자다. 아버지가 전북 전주시에서 운영하던 골프 연습장에서 손님들과 퍼팅 대결을 펼치곤 했는데, 지는 날엔 종일 분을 삭히지 못했다는 일화도 유명하다.
2014년부터 5년간 상비군과 국가대표를 거친 임희정은 끈기와 꾸준함이 강점이다. 골프연습장에서 일하던 어머니의 영향으로 골프를 시작한 그는 재작년 미국주니어골프협회가 주관한 박세리 주니어 챔피언십 초대 챔피언이자, 지난해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여자 단체전 은메달 주인공이다. 위기가 와도 크게 흔들리지 않는 모습에 어린 나이에도 ‘돌부처’란 별명이 붙었다. 지난해 정회원 선발전 1위에 이어 정규투어 시드전 2위를 기록한 비결이기도 하다.
둘은 ‘설렘 반 긴장 반’으로 KLPGA 2019시즌 국내 개막전을 준비하고 있다. ‘2000년생 돌풍’을 예고하는 이들은 “우리 경쟁자는 언니들은 아니라고 본다”라면서도 “신인왕만큼은 도전해보고 싶다”며 첫 시즌 이루고 싶은 기록들을 차근차근 읊었다. 박현경은 “(임희정과) 어린 시절부터 싸움 한 번 없이 친하게 지낸 사이라, 프로데뷔 첫 시즌이 조금은 덜 두려운 것 같다”며 특유의 ‘반달웃음(웃을 때 눈이 반달모양)’을 보이면서도 “퍼팅과 아이언샷 정확도를 높이고 체력에서도 밀리지 않고 싶다”며 욕심을 드러냈다. KLPGA 투어에 전념하기 위해 전주에 살던 온 가족이 최근 여러 경기장 접근성이 뛰어난 경기 용인시로 이사했다.
임희정은 “혼자 KLPGA투어에 데뷔했다면 외로움이나 소외감도 느낄 것 같은데, 끈끈한 정을 쌓은 2000년생 친구들이 같이 데뷔해 든든하다”라면서 “쇼트게임을 보완해 평균퍼팅 수에서 상위권을 유지해보고 싶다”고 밝혔다. 평소 ‘꾸준함’을 강조해 왔던 그는 “부상 없이 시즌을 잘 치러내는 게 목표”라면서 “매주 대회가 이어지는 만큼 체력관리도 철저히 해 가능한 모든 경기에 출전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이들의 당찬 목표에 언니들도 긴장한다. 같은 날 후배들과 만난 오지현(23ㆍKB금융그룹)은 “올해 신인들이 워낙 쟁쟁해 긴장된다”라며 “내게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형준 기자 mediabo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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