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전 승부를 최종 3차전까지 끌고 간 여자프로농구 아산 우리은행과 용인 삼성생명의 플레이오프는 ‘김한별(33ㆍ삼성생명) 시리즈’다. 플레이오프 들어 물오른 김한별의 득점력에 위성우 우리은행 감독이 “막을 카드가 없다. 무섭다”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 정도로 존재감이 막강하다.
한국인 어머니와 미국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김한별은 ‘큰 경기’ 체질이다. 2009년 WKBL(한국여자농구연맹)에 데뷔한 이후 정규리그 통산 평균 득점은 8.8점에 그친 반면 플레이오프 평균 득점은 16.6점으로 치솟는다. 올해 플레이오프 2경기에서도 평균 27.5점 5리바운드 4.5어시스트로 맹위를 떨쳤다.
1차전 패배 후 2차전에서 반격에 성공한 삼성생명은 18일 아산 이순신체육관에서 열리는 운명의 3차전 역시 김한별의 손끝을 믿는다. 역대 플레이오프에서 1차전을 진 팀이 챔프전에 오를 확률은 11.9%(42회 가운데 5회)에 불과하지만 2차전 승리로 팀 분위기도 고무됐다.
특히 4쿼터 막판 티아나 하킨스와 박하나가 한꺼번에 5반칙 퇴장으로 물러나 패색이 짙었는데도, 남은 선수들이 1승을 가져와 선수들의 자신감은 최고조에 달했다. 김한별은 “3차전이 간절했다”며 “동료들과 함께하면 어떤 팀과 붙어도 이길 자신이 있다”고 의욕을 보였다.
1차전 승리로 챔프전을 향한 88.1%의 유리한 확률을 갖고 있는 우리은행은 지난 두 경기에서 막지 못한 김한별의 공격을 어떻게 봉쇄하느냐에 따라 7년 연속 챔피언 도전 여부가 달렸다. 우리은행이 김한별을 막기 위해 내세울 수 있는 카드는 이번 시즌 식스우먼상을 받은 김소니아(26) 뿐이다. 김정은과 번갈아 김한별을 수비하지만 김정은은 공격에서 힘을 내야 하는 자원이라 수비 비중은 김소니아가 크다.
한국인 아버지와 루마이아인 어머니를 둔 김소니아는 김한별처럼 화려하지 않지만 리바운드와 수비 등 궂은일에 능하다. 그러나 지난 2경기에서 김소니아는 김한별을 효과적으로 막지 못했다. 2차전에선 2쿼터에만 반칙 3개를 범하며 애를 먹었다. 그렇다고 다른 동료들이 도움 수비를 계속 들어갈 수도 없는 노릇이다. 위 감독은 “김한별을 막으려고 팀 디펜스로 나가다 보면 많이 움직여서 체력적인 문제를 동반한다”고 우려했다. 결국 우리은행이 믿을 구석은 김소니아가 자신보다 체격이나 기량이 뛰어난 김한별에게 줄 점수는 주더라도 위축되지 않고 겁 없이 덤벼드는 모습이다.
김지섭 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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