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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겨냥 FTA 양자협의 카드 처음 뽑은 미국, 속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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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겨냥 FTA 양자협의 카드 처음 뽑은 미국, 속내는?

입력
2019.03.18 04:40
수정
2019.03.18 08:42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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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무역대표부(USTR) 홈페이지에 게시된 양자협의 요청 관련 입장문. USTR 홈페이지 캡쳐
미국 무역대표부(USTR) 홈페이지에 게시된 양자협의 요청 관련 입장문. USTR 홈페이지 캡쳐

미국이 한국 공정거래위원회가 미국 기업의 불공정 행위 조사 과정에서 충분한 방어권을 보장하지 않는다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른 양자협의를 요청해 왔다. 퀄컴, 애플 등 조사 대상 기업들이 방어권 보장을 요청한 적은 있지만 미국 정부가 직접 대응에 나선 건 처음이다. 공정위가 미국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에 대한 공격적 조사에 나서자 이를 견제하려는 조치라는 해석이 나온다.

17일 산업통상자원부와 공정위 등에 따르면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지난 15일(현지시간) 한미 FTA에 따른 양자협의를 우리 정부에 요청했다. USTR의 양자협의 요청은 한미 FTA 발효 7년 만에 처음이다. USTR가 문제 삼는 조항은 한미 FTA 16.1조 3항이다. 이 조항은 경쟁법 위반 여부를 판정하는 심리에서 ‘피심인이 자신을 방어하는 증거를 제시하고 발언할 기회를 부여받도록 보장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USTR는 특정 사례를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산업계에서는 공정위의 퀄컴 제재가 이번 요청의 직접적 계기라는 관측이 나온다. 퀄컴이 휴대폰 핵심부품 제작에 필요한 특허권을 남용해 국내 제조사들로부터 과다한 로열티를 받은 혐의로 공정위가 2016년 12월 과징금 1조300억원을 부과하자 퀄컴이 즉각 항소해 서울고등법원에 계류 중인 사건으로, 퀄컴은 조사 과정에서 충분한 방어권이 보장되지 않았다고 주장해 왔다. 미국상공회의소는 지난해 USTR에 제출한 의견서에서 한국의 규제ㆍ행정 장벽 사례로 이 건을 언급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공정위 관계자는 “해당 기업과 충분히 소통해 왔으며 방어권도 보장해 왔다”고 말했다. 2015년 11월 퀄컴에 심사보고서를 보낸 뒤 퀄컴이 의견서를 제출하기까지 6개월이 부여됐으며, 이후 7차례의 전원회의를 거치며 반론을 제시할 기회를 충분히 보장했다는 것이다.

{저작권 한국일보}공정위의 미국 ICT기업 불공정행위 조사 및 제재 현황-박구원 기자/2019-03-17(한국일보)
{저작권 한국일보}공정위의 미국 ICT기업 불공정행위 조사 및 제재 현황-박구원 기자/2019-03-17(한국일보)

한국 공정위가 애플, 구글 등 미국의 글로벌 플랫폼 기업에 대해 다른 나라 경쟁당국보다 적극적으로 조사를 벌이자 미국 정부가 선제적 대응을 하는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공정위는 애플이 국내 통신사에 광고 비용과 수리비 등을 떠넘겼다는 조사 결과에 대해 전원회의를 열고 심의를 진행 중이다. 또 구글에 대한 조사도 진행 중이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지난 11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구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에 (앱 마켓인)구글 플레이스토어가 기본 탑재돼 번들링(묶음판매)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구글이 OS의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 국내 휴대폰 제조사에 구글 플레이스토어 탑재를 강제하고 이를 통해서만 앱이 유통되도록 했는지 여부가 조사 대상임을 시사한 것이다.

한미 양국이 그간 FTA 이행위원회에 관련 분과를 설치해 논의하는 방식으로 통상 분쟁을 해결해 온 전례에 비춰볼 때도 이번 USTR의 양자협의 요청은 파격적이란 평가가 나온다. 한 통상 전문가는 “이번 사안은 한미 FTA 이행위원회에 경쟁 관련 분과를 신설해 다루는 것이 정석이지만 미국이 이를 기다리지 못한 셈”이라며 “공정위의 애플, 구글 심판 결과가 올해 나올 수 있어 즉각적인 양자협의 개최를 통해 미국 기업 이익 보호에 나선 것”이라고 말했다.

양자협의는 FTA 주무부처인 산업부를 중심으로 범정부 차원에서 진행된다. 산업부는 미국 측과 논의해 조만간 협의 날짜와 장소, 양측 협상 실무자 급 등을 결정할 계획이다. 산업부는 “미국 측으로부터 양자협의를 요청하는 레터(문서)만 받은 상황”이라며 “공정위가 사건 처리 과정에서 미국 기업의 방어권을 보장해 왔다는 입장인 만큼 양자협의에서 미국 측에 이를 전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양자협의는 문자 그대로 법적 의무가 발생하지 않는 ‘협의’라, 결렬된다고 해도 한미 FTA 전반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는 게 산업부의 설명이다.

김현우기자 777hyunwoo@hankookilbo.com

세종=박세인 기자 sa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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