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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세운상가 일대 개발과 보존의 균형적 해법

입력
2019.03.18 04:40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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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2014년부터 세운상가군 재생사업의 MP(총괄계획가)로서 참여하고 있다. 2009년 수립된 세운재정비촉진계획 변경과정을 지켜보았고 2014년부터 서울시가 전면철거 재개발에서 재생의 개념을 도입하여 재생사업을 시행하는 시점부터 관여하고 있다.

세운상가 재생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선 이 지역이 민간소유의 세운상가군 7개 건물과 이에 양측으로 접하고 있는 공공소유의 공중보행데크, 그리고 인접한 동서측 8개 민간소유 구역으로 구분되어 있음을 알 필요가 있다. 2016년부터 진행하고 있는 다시세운 프로젝트는 공공영역인 세운광장과 공중보행데크를 리모델링하고 연결함으로써, 세운상가군과 재개발구역으로 지정된 주변지역으로 확산하여 산업과 보행을 활성화하려는 침술요법이라 할 수 있다.

세운상가 주변은 2014년 기존 8개 구역을 171개 구역으로 세분하여 개발하도록 변경하여, 최근 세운3구역 등 재개발사업이 본격적으로 진행되면서 종전 계획 수립에 반영되지 못한 오래된 가게(老鋪) 등 생활유산과 공구상가, 기계금속 등 도심전통산업의 생태계 훼손 등의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이 지역은 지난 2006년 재정비촉진구역 즉 재개발구역으로 지정되었음에도 10년 이상 동안 개발이 진행되지 않던 민간소유 구역이다.

노포의 보전은 건축, 역사적 가치와 생활유산적 가치라는 두 가지 측면에서 판단할 필요가 있다. 노포의 건물이 건축, 역사적 가치가 충분하다면 건물의 1층 부분을 필로티형식으로 하여 용도, 외관형태, 인테리어 등 건축적 가치를 보존하되 사업적 손실을 다양한 인센티브로 보상해주는 방식으로 해결을 모색할 수 있다.

건축적 가치가 없거나 생활유산의 소유자가 활용을 원하지 않을 경우는 기록, 전시 등의 방법으로 지역의 스토리텔링으로 활용하여 생활유산적 가치를 반영하는 방법도 가능하다. 이 경우 공사기간 동안 잠시 이전했다가 완공 후 새 건물로 다시 입점하여 노포의 역사성을 유지할 수 있다. 그러나 생활유산의 보존을 통해 장소의 가치를 유지하기 위한 과정에서 관련 사업이 지연되어 또 다른 개인의 사유 재산권을 침해하는 원인이 될 가능성도 있으므로 이해 당사자 간에 충분한 협의와 폭 넓은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어야 할 것이다.

세운상가 일대는 1970년대 호황기에 “미사일ㆍ탱크도 만들 수 있다”는 소문이 날 정도로 전기ㆍ전자ㆍ기계금속, 조명, 인쇄 등 제조업 산업이 발달했던 지역이었다. 물리적 쇠퇴에도 불구하고 오랜 기간 축적된 지식, 기술 네트워크가 구축된 유기체로서 세운상가군을 포함한 주변 지역 전체는 여전히 하나의 거대한 공장으로 기능을 하는 산업생태계가 구축되어 있다. 그러나 물리적 노후화는 영세화, 수익성 악화로 연결되어 이전 압력이 높아지는 상황이다. 따라서 4차산업혁명 시대에 지속가능한 지역 경쟁력을 확보하고 기존 산업생태계의 고도화,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낙후된 환경을 바꾸는 공간적 변화 및 공급은 불가피하다고 판단된다.

산업생태계 유지를 위해서는 원주민의 재정착을 위한 저렴한 임대료의 임대상가 공급, 산업고도화를 위한 앵커시설 조성, 도심 제조업 육성 및 문화예술과 연계한 활성화 프로그램 운영과 더불어 새로운 활력 생성을 위한 청년주택 공급 등 새로운 공간 창출이 고려되어야 한다. 이는 민간 재개발사업에서는 작동에 한계가 있으므로 공공의 개입이나 지원을 통해 가능한 재생사업이다.

최근, 노포, 도심전통산업 등 사회적 이슈를 계기로 서울시가 세운상가 일대 재개발에 대한 재검토를 통해 종합대책을 마련한다고 결정한 것은 환영할 일이다. 2014년 계획 수립 후 5년이 지난 시점에서 재개발과 도시재생의 적절한 조화를 통해 정비와 보존의 적절한 해법이 마련되어 다시 ‘세운 룰(Rule)’이 만들어지기를 기대한다.

이충기 서울시립대 건축학부 교수ㆍ서울시 명예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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