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 이슬람사원 총격 테러 용의자인 호주 국적의 브렌턴 태런트(28)가 살인 혐의로 기소됐다. 특히 그가 범행에 사용한 총기 5정은 모두 합법적으로 소지한 것으로 파악돼 뉴질랜드 정부가 총기 규제를 강화할 방침이라고 전해졌다. 15일 크라이스트처치 이슬람 사원에서 태런트 등이 저지른 총기 난사 테러로 현재까지 49명이 숨졌다.
미국 CNN 방송과 뉴질랜드 현지 언론에 따르면 살인 혐의로 기소된 태런트는 16일(현지시간) 오전 일찍 뉴질랜드 남섬 최대 도시인 크라이스트처치 지방법원에 출석했다.하얀색 죄수복 차림에 수갑을 찬 모습으로 법정에 출석해 판사가 그에게 적용된 살인 혐의를 낭독하는 동안 무표정한 모습으로 일관했다. 태런트의 첫 법정 출석은 1분여 만에 끝났고, 4월 5일 다시 출석하라는 명령을 받았다. 재판부는 "현재로서는 혐의가 살인 하나뿐"이라면서 “추가기소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태런트는 무기징역을 선고받을 것으로 보인다고 CNN은 내다봤다.
태런트가 범행에 사용한 총기 5정 가운데 2정은 반자동 소총, 2정은 산탄총(shotgun)으로 확인됐다. 저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는 기자회견에서 “그가 A등급의 총기 면허를 소지한 것으로 파악됐다”며 “총기 면허를 통해 합법적으로 총기를 얻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또한 “지금이 바로 우리의 총기법이 바뀌어야 할 때”라며 총기규제 강화 의지를 덧붙였다.
현재까지 집계된 테러 사망자 명단에는 파키스탄, 터키, 사우디아라비아, 방글라데시,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국민 등이 포함됐다고 뉴질랜드 정부가 밝혔다. 이와 별도로 뉴질랜드에 거주하는 다수의 팔레스타인인이 실종 상태이며, 요르단 외교부는 자국 시민 2명이 이번 사건으로 목숨을 잃었다고 발표했다. 40여명의 부상자 중에서도 4살짜리 아이 1명을 포함해 모두 2명이 위독한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태런트가 과거 북한을 다녀온 적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호주 ABC 방송은 16일 태런트가 북한을 포함해 유럽, 동남아시아, 동아시아 곳곳을 방문한 적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이 방송은 태런트가 포함된 단체 관광객들이 김일성 주석의 동상이 있는 북한 양강도의 삼지연 대기념비에서 찍은 사진을 공개하기도 했다. 그가 2009∼2011년 트레이너로 일했던 호주 뉴사우스웨일스주 그래프턴의 한 피트니스클럽 매니저인 트레이시 그레이는 ABC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매우 헌신적인 개인 트레이너였다”며 태런트의 북한 방문 사실을 확인했다.
김진욱 기자 kimjinu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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