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통신 보도… “총기엔 나치 상징 문구 등도 새겨져”
15일(현지시간) 뉴질랜드 남섬 최대도시 크라이스트처치에서 발생한 이슬람사원 총기 난사 테러로 최소 49명이 숨진 가운데, 이번 공격의 한 용의자가 범행 전후 전범을 미화하는 노래를 들은 정황이 발견된 것으로 알려졌다. 총에는 나치 관련 단어와 문양 등도 새긴 것으로 전해졌다.
AP통신에 따르면 뉴질랜드 수사당국이 체포한 범인 네 명 중 한 명인 호주 국적 브렌턴 태런트(28)의 차량 사운드트랙에는 1992~1995년 보스니아 내전 전범인 라도반 카라지치를 미화하는 세르비아 민족주의 음악이 저장돼 있었다. 세르비아계 자치공화국인 스릅스카공화국 대통령을 지낸 카라지치는 보스니아 내전 당시 ‘인종청소’로 25만명을 숨지게 한 혐의로 유고전범재판소에서 징역 40년을 선고받아 복역 중인 인물로, 이슬람계 주민 8,000명을 학살하기도 했다. 해당 음악은 이슬람교도 경멸을 표현한 것으로, 한 유튜브 동영상에는 이 음악을 배경으로 전시 세르비아 진영에 수감된 이슬람 포로들의 모습이 담겨 있기도 하다. 이 사건이 ‘무슬림 혐오 범죄’임을 뒷받침하는 또 하나의 근거로 볼 수 있다.
또, 범행 후 테런트는 차를 타고 도주하며 영국 록밴드 ‘더 크레이지 월드 오브 아서 브라운’의 ‘파이어’라는 노래를 틀기도 했다. “나는 지옥불의 신이다. 너를 데려갔다”, “너를 불태우겠다” 등의 가사가 포함된 노래다.
범행에 사용된 소총에는 ‘에바 애컬런드(Ebba Akerlund)’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다고 통신은 전했다. 이는 2017년 4월 발생한 스웨덴 스톡홀름 트럭 테러 사건으로 희생된 11세 소녀의 이름인데, 이 사건의 범인은 우즈베키스탄 국적인 라크마트 아킬로프라는 이름의 남성이었다. 태런트는 범행 직전 배포한 온라인 성명에서 스톡홀름 트럭 테러에 대해 ‘서구 문명의 적’에 대한 전쟁을 결심케 한 사건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아울러 소총에는 숫자 ‘14’가 적혀 있었는데, 이는 14개 단어로 이뤄진 백인우월주의자들의 슬로건을 뜻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우리는 우리 국민의 존재와 백인 아이들의 미래를 지켜야 한다(We must secure the existence of our people and a future for white children)’가 문제의 문구로, 이는 아돌프 히틀러의 저서 ‘나의 투쟁’에서 유래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태런트는 또, 나치 상징인 ‘흑태양(Schwarze Sonne)’ 무늬 등도 사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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