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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24시] 곰팡이 급식에 중국 학부모들 발끈, 진실 논란까지

입력
2019.03.17 15:27
수정
2019.03.18 00:05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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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 조사 결과 식품 문제 없어 면죄부

대신 교장 해임 등 책임자 엄중 문책

공안 “조작된 사진 올린 것” 강경 대응

중국 쓰촨성 청두칠중실험학교 식당 창고에서 12일 학부모가 촬영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급식 재료 일부. 하얀 곰팡이에 뒤덮이거나 널브러져 있어 보기에도 흉측하다. 하지만 공안은 이 사진이 조작이라고 반박했다. 웨이보 캡쳐
중국 쓰촨성 청두칠중실험학교 식당 창고에서 12일 학부모가 촬영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급식 재료 일부. 하얀 곰팡이에 뒤덮이거나 널브러져 있어 보기에도 흉측하다. 하지만 공안은 이 사진이 조작이라고 반박했다. 웨이보 캡쳐

중국 학부모들이 잔뜩 성이 났다. 식재료에 곰팡이가 피어있는 지방 초등학교의 불량급식에 대해 당국이 면죄부를 준 탓이다. 최종 조사결과가 나오진 않았지만 들끓던 여론이 비아냥으로 바뀌면서 식품 안전을 둘러싼 불안감은 좀체 가시지 않고 있다.

학부모의 고발이 기폭제가 됐다. 지난 12일 식목일을 맞아 쓰촨(四川)성 청두(成都)칠중실험학교를 찾았다가 식당 창고에서 돼지고기ㆍ낙지ㆍ닭다리 등 곰팡이로 뒤덮인 식재료를 발견한 뒤 사진을 찍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것이다. 감정이 격해진 학부모 100여명은 이날 밤 증거인멸을 막기 위해 학교로 몰려갔고, 출동한 공안에 욕설을 퍼부으며 맞서다 12명이 연행되기도 했다.

급식을 먹고 탈이 났다는 증언이 잇따르자 13일 수십 명의 학생들이 근처 병원에서 검사를 받았다. 입원한 환자는 없었지만 학부모들의 분노는 가라앉지 않았다. 이에 당국은 신속히 현장 검증을 비롯한 역학조사에 착수했다.

그 사이 언론과 SNS에는 학교를 비난하는 내용이 넘쳐났다. 학교가 급식을 외부업체에 맡겨 아이들이 자본의 희생양이 됐다는 지적이 쏟아지면서 분노는 극에 달했다. 특히 이 업체의 순이익이 연간 1조위안(약 168조원)에 달하는데다, 급식 대상 학생이 무려 10만명이라는 수치까지 공개되면서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는 듯했다.

중국 당국은 연례 최대 정치행사인 양회 기간에 터진 전례 없는 사건을 수습하고자 발 빠르게 대처해 조사 이틀 만인 15일 결과를 발표했다. 마침 이날은 소비자 권익보호의 날이어서 사업주에게 철퇴를 내릴 것이라는 관측이 무성했다.

하지만 기대와는 딴판이었다. 스테이크와 계란 노른자 등 19개의 샘플을 분석했더니 18개는 유통기간을 포함해 아무 문제가 없었고, 게다가 1개 샘플은 음식과 무관한 바닥 세척용 공업원료로 판명됐다. 그러면서 담당 교육국장과 시장감독관리부국장에게 관리책임을 물어 직무를 정지시키는 데 그쳤다. 1차 조사 결과라는 단서를 달긴 했지만 사실상 학부모들이 공연히 소란을 피웠다는 얘기였다.

반응은 싸늘했다. “전대미문의 희극”, “당신의 아이라면 그런 급식을 먹이겠느냐”며 불신은 도리어 커졌다. 이에 국무원 식품안전위원회는 16일 긴급회의를 열어 학부모 누구나 찾아와 위생상태를 확인할 수 있는 학교 내 ‘안심 주방’을 올해 안에 70%로 늘리고 내달 15일까지 급식 위험요소에 대한 집중 단속을 벌이기로 했다. 또 17일엔 해당 학교장 해임 및 이사회 재편 등 감독기능을 강화하겠다고 뒤늦게 밝혔다.

반면, 인터넷에 허위사실을 유포해 여론을 부추겼다는 반론이 제기되면서 진실 논란으로 번질 가능성도 남아있다. 환구시보는 17일 “곰팡이 사진을 비롯한 조작된 이미지를 배포해 학교를 압박하려 했다는 가담자 진술과 폐쇄회로(CC)TV 화면을 공안이 확보했다”며 “이번 사건 관련 인터넷 괴담 5건에 대해 고소했다”고 전했다.

베이징=김광수 특파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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