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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종위기 넘긴 미국 회색늑대, 이젠 사냥하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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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종위기 넘긴 미국 회색늑대, 이젠 사냥하라고?

입력
2019.03.16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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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복원 성공했지만 가축 등 피해 “보호정책 폐지해야” 

 동물단체 “개체수 미미한 수준... 사냥 허용 땐 급감”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앞으로 미국에서 야생늑대를 사냥할 수 있게 됐다. 19세기와 20세기 남획으로 멸종 직전에 빠졌지만, 이후 인간들의 복원 노력이 성공해 이제는 오히려 가축에 피해를 입히는 등 상황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동물보호를 주장하는 측에서는 이번 조치가 섣부르다는 반발도 만만치 않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14일(현지시간) 미국 어류 및 야생동물관리국(USFWS)은 회색늑대를 멸종위기종으로 분류해 보호하던 정책을 폐지해야 한다고 발표했다. 수십 년간 실시된 보호 정책의 결과, 회색늑대의 개체수가 목표 수준까지 복원됐다는 판단에서다. USFWS는 홈페이지를 통해 “회색늑대 개체의 부활은 미국 동물 보존 역사에서 위대한 복원 중 하나”라고 밝혔다.

회색늑대는 1800년대 후반부터 1900년대 초반까지 미국 본토 전역에서 서식하는 최상위 개과의 포식자로 여겨졌다. 하지만 무분별한 포획으로 1930년대에 이르러서는 멸종 위기에 놓였다. 특히 미 북서부에 위치한 옐로스톤 국립공원은 ‘늑대의 천국’이라 불릴 만큼 흔히 관찰됐지만 1926년 한 무리를 끝으로 자취를 감췄다고 전해진다. 당시 옐로스톤 내에서는 총기와 독극물 등을 이용한 늑대 사냥이 만연했다.

심각성을 인지한 미국 정부는 1974년 ‘멸종위기종 보호법’을 제정해 늑대를 비롯해 사라질 위기에 놓인 동물들에 대한 복원 작업에 착수했다. 캐나다에서 늑대 31마리를 단계적으로 이주시키고 늑대를 사냥ㆍ포획 금지 동물로 지정했다. 수십 년간 지속된 이 같은 작업을 거쳐 회색늑대는 현재 6,000여 마리 수준까지 복원되어 미국 9개 주에서 서식하고 있다.

축산업자와 밀렵꾼들은 USFWS의 이번 제안을 환영하고 있다. 늑대가 소나 양과 같은 가축, 멸종 위기에 놓인 큰뿔사슴 등을 덮쳐 죽음에 이르게 하는 경우가 빈번했기 때문이다. 시민들이 늑대 공격이 두려워 늦은 밤 외출을 꺼리는 경우도 있었다. USFWS 관계자는 멸종위기종 보호법이 “개체 수가 충분히 복원됐음에도 불구하고 영원히 해당 종의 사냥을 막기 위해 제정된 법이 아니다”라고 AP에 밝혔다. 멸종 위기에서 벗어난 동물을 더 이상 보호의 테두리 안에 둘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동물보호단체와 미 의회 일부 의원들은 복원된 늑대 개체 수가 ‘미미한 수준’이라는 이유로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사냥이 허용되면 그나마 유지되던 늑대 개체 수가 현저히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늑대가 사람을 공격하는 일은 극히 드물고 가축들은 오히려 늑대가 아닌 코요테의 공격이나 질병과 같이 다른 이유로 더 많이 죽는다”라고 주장했다. 몇몇 단체들은 USFWS의 결정에 법정 투쟁을 예고하기도 했다.

USFWS는 15일부터 두 달간 공론화 과정을 거쳐 5월 14일 최종 결론을 도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최종 결정에 따라 늑대 복원이 성공했다는 결정이 나오면 늑대 관리 주체는 미 내무부에서 각 주 정부로 격하된다.

하지만 각 주들은 주 상황에 맞춰 정책을 운용해왔다. 인구가 상대적으로 적고 야생동물이 자주 출몰하는 몬태나, 아이다호, 와이오밍 주는 늑대 사냥을 허용하고 있다. 하지만 미네소타, 미시건, 위스콘신 주에서는 5대호 지역에 서식하는 회색늑대를 보호하라는 법원 판결에 따라 2014년부터 사냥이 금지됐다.

홍윤지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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