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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범죄 의대생 의사 면허 눈앞... 의료계도 “퇴출”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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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범죄 의대생 의사 면허 눈앞... 의료계도 “퇴출” 목소리

입력
2019.03.18 04:40
수정
2019.03.18 10:18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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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법에 성범죄자 의료인 결격사유 없어

죗값만 치르면 신분 유지하면서 환자 치료

의료계도 “썩은 사과 도려내는 결단 필요”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의대 재학 시 동기 여학생을 성추행, 출교조치를 당했다가 다른 대학 의대에 입학해 사회적 비난을 받았던 의대생이 의사국가고시(의사국시)를 준비 중이라는 사실이 최근 알려졌다. 의사 성범죄가 계속 증가하고 있지만 법원에서 확정 판결을 받더라도 면허 취소가 되지 않는 현실에 대한 지적도 계속되면서, 의사 자격을 규정한 의료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17일 의료계에 따르면 7년 전 고려대 의대 본과 4학년 재학 당시 동기 남학생 2명과 함께 술에 취해 잠든 동기 여학생을 집단으로 성추행하고 이를 카메라로 찍은 혐의로 실형을 받은 A씨가 성균관대 의대에 입학, 올해 본과 4학년에 올라 의사국시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의사국시 평균 합격률은 95% 수준이라 큰 이변이 없는 한 A씨가 의사 면허를 취득할 공산이 커 보인다. 성균관대 측은 “개인정보 보호차원에서 A씨와 관련된 일체의 정보와 학교 측 입장을 밝힐 수 없다”고만 했다.

A씨는 재판 당시 가해자 중 징역 2년 6개월의 가장 무거운 형을 받았고, A씨의 어머니도 피해 여학생에 대한 허위 문서를 배포하는 등 2차 가해를 해 명예훼손 유죄 판결을 받기도 했다. 그런 A씨가 형을 마치고 성균관대 의대에 재입학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난 게 2016년. “성범죄자에 대해서는 의사 취업을 제한해야 한다”는 공분이 학교와 의료계 안팎에서 거세게 일었지만 잠시뿐이었다.

이미 의사면허를 취득해 일선에서 환자를 보고 있는 의사들의 성범죄 문제도 심각하다. 장정숙 바른미래당 의원이 지난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 받은 ‘성범죄 의사 검거현황’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성범죄를 범한 의사는 2008년 44명에서 2017년 137명으로 집계돼, 3배로 증가했다.

그러나 이들은 여전히 의사 면허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 2015년에는 여성 환자와 동료 여의사, 간호사의 치마 속을 몰래 촬영하고 유포한 공중보건의가 경찰에 구속, 징역 1년의 실형에 처해졌다. 그는 2012년에도 같은 혐의로 벌금형을 받은 상습범이었지만, 여전히 의사다. 2007년 경남 통영에서 수면 내시경을 받으러 온 여성 환자들을 상습적으로 성폭행해 징역 5년의 실형을 받은 황모씨와 2016년 서울 강남의 모 병원에서 수면내시경 검사 중 여성 환자를 성추행해 징역 2년 6개월의 실형을 받은 양모씨도 여전히 의사다.

이렇게 성범죄 전과가 있는 A씨가 의사면허를 취득할 수 있고, 성범죄를 저지른 의사들이 의사면허를 유지할 수 있는 것은 의료법에 성범죄자에 대한 자격제한 조항이 없기 때문이다. 의료법 제8조에는 결격사유로 △마약ㆍ대마ㆍ향정신성의약품 중독자 △금치산자ㆍ한정치산자 △의료관련 법률 위반자 등을 열거하고 있을 뿐, 성범죄자는 포함하지 않고 있다. 반면 변호사, 공인회계사, 세무사, 법무사 같은 다른 전문직은 금고 이상 처벌을 받으면 면허가 취소된다.

의사 윤리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의사들은 의료법 개정을 서둘러야 한다고 주장한다. 정형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정책위원장은 “의사국시 시행 전 의료법을 개정해 A씨가 의사국시에 응할 수 없게 해야 한다”며 “의대에서 출교를 당해도 다른 의대에 입학해 의사가 될 수 있는 시스템도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명진 서울시의사협회 윤리위원(의료윤리연구회 초대회장) 역시 “의사는 의학지식, 의료기술과 함께 환자의 생명과 존엄을 지켜야 하는 생명윤리의식을 갖춰야 하는데, 성범죄자가 의사가 되면 자신은 물론 환자와 동료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손호준 보건복지부 의료자원정책과장은 의료법이 아닌 ‘아동ㆍ청소년 성보호에 관한 법률’(아청법)에 따라 “성범죄로 확정판결을 받은 사람은 최대 10년간 의료기관 취업이 금지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성범죄를 저지른 의사의 면허를 취소하는 것은 의료법 개정이 필요해 국회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문제는 성범죄 의사를 퇴출시키는 법안이 과거 여러 차례 발의됐는데도 매번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는 점이다. 이번 국회에도 의료인이 성범죄를 범해 공소가 제기되면 면허자격을 일시적으로 정지시키고, 재판 결과 벌금형 이상을 선고 받은 경우 면허를 취소하거나 정지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의료법 일부개정법률안(장정숙 의원 대표발의) 등이 발의돼 있지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계류 중이다.

김치중 기자 cj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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