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시아 당국이 14일 베트남 여성 도안 티 흐엉(31)의 석방을 허가하지 않자, 베트남 정부가 주베트남 말레이시아 대사를 초치하는 등 말레이시아에 강한 유감을 표시했다. 함께 기소됐던 인도네시아 여성이 지난 11일 석방된 것과 달리, 같은 혐의를 받던 베트남 국적자에 대해서는 반대 결정이 나오자 석방을 요구하던 양국 외교마찰 조짐이 현실화 하는 분위기다.
레 티 투 항 베트남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언론 브리핑에서 “흐엉이 석방되지 않은 것은 매우 유감”이라며 “응우옌 꾸억 중 외교부 차관이 잠루니 칼리드 주베트남 말레이시아를 불러 이 같은 입장을 말레이시아 정부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항 대변인은 또 “흐엉이 공정한 재판받을 수 있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그는 흐엉 석방을 위해 베트남 정부가 기울인 노력에 대해서도 상세하게 설명했다.
그는 “사건 발생 때부터 베트남 정부도 외교부와 관계 당국, 고위급 인사 접촉 등을 통해 흐엉의 공정한 재판을 요구했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팜 빈 민 베트남 부총리 겸 외교부 장관이 지난 12일 사이푸딘 압둘라 말레이시아 외무장관에게 전화한 데 이어 13일 말레이시아 법무부 장관에게 서한을 보내 흐엉에 대한 공평한 재판과 석방을 요청한 사실도 공개했다.
항 대변인은 또 이날 밤 트위터를 통해 “베트남 정부는 최고위급 인사를 포함한 ‘모든 수준의 접촉’에서 말레이시아 측에 흐엉 사건을 언급했다”고 밝혔다. 팜 빈 민 부총리 겸 외교장관 이상의 베트남 지도부가 흐엉의 석방을 위해 노력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흐엉은 2017년 2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이복형인 김정남을 살해한 혐의로 인도네시아 국적의 시티 아이샤와 함께 구속기소됐다. 시티 아이샤는 지난 11일 전격 석방됐다. 직후 인도네시아 정부는 이에 대해 ‘외교적 로비의 결과’라고 자축한 바 있다.
방콕=정민승 특파원 ms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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