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0월 판결 뒤 세 번째 회동… 당국자 “일본 보복 경고, 걱정 안 해도 돼”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을 놓고 갈등을 빚고 있는 한국과 일본이 다시 만났다. 지난해 10월 말 판결 뒤 세 번째 외교부 국장급 협의다. 한일관계가 더 나빠지지 않게 잘 관리해 나가자는 기본 인식이 양국 외교 당국 간에 공유됐다.
김용길 외교부 동북아시아국장과 가나스기 겐지(金杉憲治)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이 14일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1시간 45분간 회동했다. 양국 간 현안이 두루 다뤄졌지만 특히 강제징용 배상 판결 이후 두 나라 간에 빚어지고 있는 갈등을 어떻게 해소할지에 대한 집중 협의가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협의 종료 직후 외교부 당국자는 기자들과 만나 “(일본 측의) 대응 조치라든지 그런 문제가 언론을 통해 보도되는 게 바람직하지 않다고 전했고 일본 측도 대립과 갈등이 부각되는 게 옳지 않다는 데에 공감대를 이뤘다”고 밝혔다. 당국자는 “한일 간에 그런 문제가 없도록 서로 협력하고 노력해 나가자는 데에 뜻을 같이했다”고 덧붙였다. ‘외교 당국 간에는 보복 조치로 인해 갈등이 고조되는 게 바람직하지 않다는 데 공감했다고 이해하면 되느냐’는 확인 질문에 그는 “그렇다”고 대답했다.
1965년 한일 청구권협정상 분쟁 해결 절차인 ‘외교적 협의’에 응하라고 올 초 우리 정부에 요구한 일본은 이날 재차 우리 측에 양자 협의에 응할 것을 요청했다. 우리 정부도 “제반 요소를 감안해 면밀히 검토 중”이라는 기존 입장을 유지했다.
양자 협의 다음 단계인 중재위원회는 이날 협의에서 아예 거론되지 않았다고 한다. 구체적 논의나 합의도 없었다. 당국자는 “오늘 협의는 지난해 12월 합의된 국장급 정례 소통의 일환이라 특별한 결과를 도출하겠다는 목표는 없었다”며 “다만 징용 판결과 관련해 양국이 실질적으로 협력할 수 있는 방안이 뭔지는 논의했다”고 전했다.
12일 아소 다로(麻生太郞) 일본 부총리 겸 재무장관이 징용 배상 판결을 받은 일본 기업의 자산 압류와 관련, “관세에 한정하지 않고 송금이나 비자 발급의 정지 등 여러 보복 조치가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밝힌 사실을 교도(共同)통신이 보도한 상황에서 이날 협의가 진행됐지만, 당국자는 “걱정 안 해도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징용 판결 뒤 한일 국장급 협의는 지난해 12월 24일, 올 1월 31일에 이어 세 번째다. 셔틀 식으로 서울과 도쿄(東京)에서 번갈아 열리고 있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김정원 기자 garden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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