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ㆍ한국당 맞제소 사태… 엄포용에 그치면서 남발 부작용
15년간 실제 본회의 가결은 ‘아나운서 비하’ 강용석이 유일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의 교섭단체 대표연설로 원내 1ㆍ2당이 상대 지도부를 국회 윤리특위에 맞제소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하면서 여의도에서 정치력 실종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윤리특위에 접수된 징계안은 올해 들어서만 벌써 18건이나 남발돼 정치공세용으로 변질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14일 기준으로 20대 국회에 접수된 징계안은 35건, 올 들어서만 18건이다. 20대 국회 임기가 1년 이상 남은 시점에 접수된 징계안이 35건에 달하면서 임기 종료 시점에는 19대 국회(39건)는 물론 폭력이 난무해 ‘동물국회’로 불렸던 18대 국회(54건)를 능가할 것이라는 우려 섞인 전망이 나온다. 실제 징계안 접수 건수는 급속도로 증가하는 모양새다. 5ㆍ18 망언(한국당 김진태ㆍ김순례ㆍ이종명)과 동료 성추행 논란(민주당 김정우) 등 이슈가 많았던 2월에 접수된 징계안만 11건으로, 휴일을 제외하면 이틀에 한번 꼴로 제출됐다.
워낙 건수가 급증하다 보니 윤리특위 징계안이 상대 진영에 대한 공격 수단이나 정치 공세용으로 변질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비위(非違) 이전에 사과와 양보로 넘어갈 수 있는 단순 막말이나 말실수마저도 ‘윤리특위 제소’로 넘기고 있기 때문이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정치의 본질인 협치와 타협은 온데간데 없고 소속 의원들을 다독이고 일정에 참여하게끔 해야 할 지도부마저 윤리특위 제소 당사자가 되면서 대치 전선에 나서는 상황까지 치닫고 있다”고 꼬집었다.
초ㆍ재선 국회의원 위주로 구성된 ‘허수아비’ 윤리특위가 징계안 남발을 자초했다는 평가도 있다. 17대 국회부터 최근 15년간 윤리특위에 접수된 징계안은 165건으로 이 가운데 윤리특위에서 가결된 건은 12건에 그친다. 그나마도 본회의에서 징계가 확정된 건 2011년 아나운서 비하 물의를 일으킨 강용석 당시 새누리당 의원 한 건에 불과하다. 특히 강 전 의원의 경우 본회의에 올라간 제명안이 부결되고 한 단계 낮은 수위인 ‘30일 국회 출석 정지’로 축소 의결됐다.
김형준 명지대 인문교양학부 교수는 “징계에 소극적인 윤리특위가 무기력하니까 징계안도 남발이 되는 것”이라며 “윤리특위를 폐지하고 국회의장 산하에 외부전문가로 구성된 윤리기구를 만들어 강력한 권한을 부여하는 방식으로 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승임 기자 cho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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