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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줄줄이 퇴출·은퇴… 위기관리 허점 보인 K팝 기획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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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줄줄이 퇴출·은퇴… 위기관리 허점 보인 K팝 기획사들

입력
2019.03.14 17:23
수정
2019.03.14 19:11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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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 의혹 키우고 “대중 기만” 비판

승리ㆍ최종훈 잇따라 연예계 은퇴

가수 승리가 14일 서울지방경찰청에 들어서며 취재진의 질문을 듣던 중 눈을 감고 있다. 고영권 기자
가수 승리가 14일 서울지방경찰청에 들어서며 취재진의 질문을 듣던 중 눈을 감고 있다. 고영권 기자

“몰카를 본 적 없다”는 주장은 거짓이었다. 아니라고 펄쩍 뛰더니 사흘 만에 입장이 돌변했다. 아이돌그룹 하이라이트 멤버였던 용준형의 소속사인 어라운드어스엔터테인먼트(어라운드어스)는 14일 “용준형이 정준영과 일대일 대화방을 통해 공유받은 불법 동영상을 봤다”고 밝혔다. 용준형 측은 지난 11일 용준형이 정준영과의 카카오톡 대화방에서 성관계 불법 촬영 동영상을 공유했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거짓”이라고 딱 잡아뗐다. 심지어 용준형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직접 글을 올려 “앞뒤 상황을 배제하고 짜깁기되어 보도된 내용은 전혀 사실이 아니”라고 까지 했다.

분위기는 13일부터 달라졌다. 용준형이 같은 날 경찰에서 참고인 조사를 받고 난 뒤였다. 경찰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용준형의 혐의가 드러나자 결국 입장을 뒤집은 것이다. 어라운드어스는 이날 “정확한 팩트 체크를 하지 못하고, 섣부른 판단으로 성급하게 공식입장을 내어 많은 분께 혼란을 야기시킨 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거짓말을 한 용준형은 바로 팀에서 퇴출당했다. 2009년 비스트로 출발해 ‘픽션’ ‘쇼크’ ‘리본’ 등의 히트곡을 낸 K팝 스타의 추락이다.

성접대와 불법 영상 촬영 등으로 세상을 발칵 뒤집은 ‘승리ㆍ정준영 사태’를 계기로 K팝 기획사의 대중 기만이 심각한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YG엔터테인먼트(YG), FNC엔터테인먼트(FNC) 등 대형 K팝 기획사는 ‘거짓 해명’으로 비판을 받고 있다. 소속 연예인 감싸기에만 치중해 본질을 흘려 논란을 더욱 키웠다는 지적이다. K팝으로 한류를 이끄는 기획사들의 부끄러운 ‘민낯’이다.

그룹 하이라이트 출신 용준형. 어라운드어스 제공
그룹 하이라이트 출신 용준형. 어라운드어스 제공

YG는 지난달 26일 승리의 성 접대 의혹 보도에 “조작된 문자 메시지로 구성된 오보”라고 보도자료를 냈다. 사건에 대한 파악 및 내부 검증 없이 승리 말만 믿고 입장을 냈다가 거짓말을 하게 된 꼴이다. 그간 소속 연예인 관련 논란이 터지면 소극적이고 무책임한 대응을 일삼았던 YG의 ‘자업자득’이란 게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목소리다. 거짓말에 대한 비난이 커지자 승리는 결국 연예계 은퇴를 선언했다. YG도 “매니지먼트 회사로서 좀 더 철저하게 관리하지 못한 점 인정하고, 깊이 반성하고 있습니다”고 지난 13일 입장을 냈다. YG가 자사 매니지먼트 실수를 인정하는 사과문을 내기는 매우 이례적이다.

FNC도 부적절한 대응으로 도마 위에 올랐다. FNC는 이날 아이돌밴드 FT아일랜드 최종훈의 팀 탈퇴 및 연예계 은퇴를 발표했다. “본인(최종훈은)은 기억나지 않는다고 하나 불법 행위와 관련해 추가로 의심되는 정황이 있어”서 내린 결정이라고 했다. 지난 13일 최종훈이 ‘승리ㆍ정준영 파문’과 연관이 없다고 선을 그은 것과 180도 달라진 입장이었다. 수사 과정에서 최종훈의 의혹이 추가로 드러나면서 벌어진 일인 것으로 보인다. 결국 FNC도 최종훈 말만 믿고 자료를 냈다 망신만 당하게 된 셈이다.

YG와 FNC, 어라운드어스 등의 부적절한 대처는 K팝 기획사들이 여전히 위기관리 능력이 부족하다는 걸 보여준다. 덩치 키우기에만 급급하고 내부 점검엔 소홀해 벌어진 일이다. 김상화 음악평론가는 “K팝은 국내 시장을 넘어 해외에까지 큰 영향을 미치는 만큼 신뢰성을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며 “이번 ‘승리 정준영 사태’의 부적절한 대응으로 기획사의 신뢰도가 추락한 만큼 체질 개선이 시급해 보인다”고 꼬집었다.

양승준 기자 come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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