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리 동업자 유씨도 피의자 조사… 검찰, 서울중앙지검에 버닝썬 사건 배당
이른바 ‘버닝썬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이 14일 사건의 핵심 당사자인 가수 승리(29ㆍ본명 이승현)와 가수 정준영(30)을 소환해 그간 불거진 의혹을 집중 수사했다. 이로써 지난해 11월 서울 역삼동 클럽의 폭행 사건에서 출발해 성접대 및 불법촬영 의혹으로 번진 ‘버닝썬 사건’ 수사가 3개월여 만에 분수령에 접어들었다.
외국인 투자자 상대로 성접대를 했다는 의혹에 휩싸인 승리는 이날 오후2시 피의자 신분으로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에 출석했다. 짙은 감색 스트라이프 정장 차림의 승리는 포토라인에서 “국민 여러분과 제 주변에 상처 받고 피해 입으신 분들께 다시 한번 고개 숙여 사죄 드린다”면서 고개를 숙였다. “(성접대 정황이 담긴) 카카오톡이 아직도 조작됐다고 생각하느냐”는 취재진 질문이 이어지자 그는 “어떤 말씀을 드리는 것보다 진실된 답변으로 성실히 조사에 임하겠다”고 답했다. 지난달 27일 피내사자 신분으로 경찰에 출석하며 “저에 대한 엄중한 수사를 촉구하는 탄원서를 제출했다"며 당당한 모습을 보였던 것과 달리 상당히 주눅 들고 초췌한 모습이었다.
앞서 가수 정씨는 이날 오전 10시쯤 검정색 양복 차림에 어깨까지 내려오는 긴 머리를 묶고 서울경찰청에 도착했다. 정씨는 “국민 여러분께 심려 끼쳐드려 죄송하다”면서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고 밝혔다. 취재진이 ‘휴대폰 원본을 제출할 의향이 있냐’, ‘불법 촬영 당시 약물을 사용했느냐’, ‘최근까지도 불법 촬영을 했냐’ 등의 질문을 던졌지만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고 조사실로 들어갔다.
경찰은 승리를 상대로 외국인 투자자를 위한 성접대 자리를 실제 준비했는지, 이 자리에 여성들이 동원됐는지를 집중적으로 캐물은 것으로 전해졌다. 승리의 동업자로 카카오톡 대화방에 함께 있던 유모(34)씨도 이날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 같은 조사를 받았다. 경찰은 이들이 참여한 카톡 대화방에서 ‘경찰총장’ 등 경찰 고위직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등장한 것과 관련해서도 사실관계를 확인했다.
가수 정씨는 카카오톡으로 유포된 영상의 촬영 경위 등을 집중적으로 추궁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또 그가 참여했던 대화방에서 약물을 이용한 성범죄 정황이 드러남에 따라, 정씨의 소변과 모발을 임의 제출 받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마약류 정밀 감정을 의뢰했다.
한편 권익위로부터 버닝썬 관련 자료를 넘겨받은 대검찰청이 서울중앙지검에 사건을 배당하면서 수사가 검찰로 넘어갈지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법조계 주변에서는 검찰이 권익위 이첩 자료를 분석하고 경찰 수사 진행 상황을 지켜보면서 수사 개시 시점을 신중하게 선택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승리는 25일 입대를 앞두고 있어 수사와 기소 등 사법절차가 어떻게 진행될지도 관심인데, 경찰이 승리를 포함해 광범위한 연루자를 상대로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만큼 헌병이나 군 검찰이 승리를 따로 떼내 수사하는 게 쉽지 않을 거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현주 기자 mem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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