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 업무계획… AI로 금융범죄 감시도
금융감독원이 고령자를 대상으로 신체나이가 젊으면 보험료를 할인해 주는 방안을 추진한다. 인공지능(AI)을 활용한 감독 시스템도 도입해 ‘4차 산업 혁명’이라는 시대적 흐름과도 발맞출 계획이다. 금감원은 14일 이런 내용을 담은 올해 업무계획을 발표했다.
◇소비자-금융사 분쟁에 적극 대응
금감원은 ‘금융소비자 권익 보호’를 주요 과제로 정했다. 우선 고령자를 비롯한 금융취약 계층에 대한 포용 정책을 강화할 방침이다. 그 일환으로 보험 수요가 증가하는 시기인 노년층의 보험료 부담을 완화하기로 했다. 일반적으로 보험상품은 나이가 들수록 질병에 노출될 위험성이 크기 때문에 가입이 쉽지 않고 가입되더라도 보험료가 비싸게 책정된다.
구체적으로 65세 이상이 보험에 가입하거나 갱신할 때 ‘건강나이’를 기준으로 보험사가 위험률을 측정하고 보험료를 책정하는 방식이 추진된다. 연령대보다 신체나이가 더 젊으면 보험료를 깎아주겠다는 의미다. 건강나이 측정 지표로는 신체질량지수(BMI) 등 다양한 항목들이 활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강한구 금감원 보험감리국장은 “보험개발원, 보험업계와 함께 협의하고 있는 사안”이라며 “연내 할인상품 출시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은퇴 후 수입이 없어 보험료 부담이 컸던 가정에 경제적 보탬이 되고, 중장년층의 평상시 건강관리를 유도하는 효과가 기대된다.
금감원은 또 금융상품의 불완전판매나 보험금 지급을 둘러싼 소비자-금융사 분쟁에 적극 대응하고 피해 구제를 내실화하겠다고 밝혔다. 윤석헌 금감원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암 보험 분쟁을 예로 들며 “분쟁 당사자인 환자들이 보험금 지급이 제때 이뤄질지 초조함을 느끼고 있다”며 “보험사들이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 결정(보험금 지급)을 수용하는 비율이 올라가면서 환자에게 도움이 되고 있는 상황인 만큼 이 비율을 보다 높이겠다”고 말했다.
◇AI로 금융범죄 실시간 예방
금감원은 올해부터 AI 감독체계도 본격 구축할 예정이다. 궁극적으로 AIㆍ빅데이터 등을 활용한 상시 감시시스템을 만들고, 필요에 따라 실제 현장검사로 연계하겠다는 구상이다.
상품 판매나 추심 과정의 통화 내역을 AI를 통해 분석해 △대부업계의 영업행태 감시 △보험상품 불완전판매 식별에 활용하는 것이 현실성 있는 분야로 거론된다. 과거 범죄 피해사례에서 드러난 전화번호나 용의자의 목소리 특성을 분석한 데이터베이스를 유관기관과 공유함으로써 AI를 활용한 이상금융거래탐지시스템(FDS)도 꾀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보이스피싱 등 금융범죄가 시도될 때 AI가 선제적으로 색출하고 피해를 방지할 수 있을 전망이다.
지금까지 축적된 민원 자료들의 빅데이터를 활용하면 민원처리 시간도 대폭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 앞으로는 AI가 금감원에 접수된 민원의 내용을 파악해 분류하고, 담당 부서에 자동으로 배정하는 등 효과적인 민원관리시스템이 생길 것으로 보인다.
◇금융사 이사회와 소통 강화
금감원은 금융사의 건전한 지배구조 정착을 위해 이사회와 소통도 주기적으로 실시하기로 했다. 윤 원장은 “지배구조나 내부통제 문제와 관련해 감독기구로서의 시각을 금융사와 공유하는 활동은 앞으로도 계속할 것”이라며 “다만 경영의 (간섭으로까지) 선을 넘는 일은 없다”고 말했다. 최근 금감원의 우려 표명으로 연임 도전을 포기한 함영주 하나은행장에 대해선 “신임 행장님(지성규 하나은행장 내정자)과 함께 조만간 뵈려고 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재진 기자 blan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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