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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유튜브 동영상 일방 삭제 말라” 구글에 시정권고

입력
2019.03.14 16:56
수정
2019.03.14 18:50
18면
0 0

구글의 저작권 침해 소지 약관에 세계 첫 시정 요구

삭제 동영상 재이용ㆍ이메일 수집은 자진시정 끌어내

사업자별 불공정 약관조항 현황. 공정거래위원회 제공
사업자별 불공정 약관조항 현황. 공정거래위원회 제공

구글 본사가 우리나라 공정거래위원회의 지적에 따라 유튜브 이용자가 삭제한 동영상을 보관ㆍ사용할 수 있도록 한 이용약관을 고치기로 했다. 공정위는 유튜브가 회원 허락 없이 동영상을 편집해 사용하거나, 회원 계정이나 콘텐츠를 일방적으로 삭제할 수 있게 한 약관 조항도 시정하라고 구글에 권고했다. 경쟁당국이 구글의 저작권 침해 약관을 바로잡으라고 요구한 것은 한국이 처음이다.

공정위는 국내외 대형 온라인 사업자 4곳(구글, 페이스북, 네이버, 카카오)의 서비스 약관 심사를 통해 총 10개 유형의 불공정 조항을 잡아내고 시정을 요구했다고 14일 밝혔다. 사업자별 시정 대상 약관 항목은 구글이 8건, 페이스북과 카카오는 각 5건, 네이버는 1건이다. 다른 사업자들은 심사 과정에서 모든 지적 사항을 자진시정한 반면, 구글은 절반인 4건만 시정했다. 본사 약관이 심사 대상이었던 만큼, 구글과 페이스북의 수정 약관은 이들 회사가 서비스를 제공하는 모든 국가에 적용된다. 이태휘 약관심사과장은 “공정위가 구글코리아가 아닌 구글 본사의 불공정 약관을 적발한 것은 처음이며, 전 세계 경쟁당국을 통틀어서도 처음”이라고 말했다.

구글은 자진시정 조치로 이용자가 올린 영상을 삭제하더라도 유튜브 서버에 그대로 남겨둘 수 있도록 했던 조항을 수정하고, 개인정보 수집 범위에서 이메일을 제외하기로 했다. 페이스북은 분쟁 발생시 미국 캘리포니아 지방법원에서 소송을 제기해야 한다는 조항을 바꿔 소비자가 거주하고 있는 국가의 관할 법원에서도 해결할 수 있게 할 계획이며, 카카오는 회원의 약관 위반 시 환불 불가 조항을 삭제했다.

구글은 다른 4개 항목의 시정 요구에 대해선 응답하지 않거나 부정적 반응을 보여 시정권고가 내려졌다. 이 과장은 “해당 사업자가 60일 이내에 시정권고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시정명령을 발동한 뒤 검찰 고발을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공정위는 구글이 유튜브에 게시된 동영상으로 2차 저작물을 제작하거나 양도하는 등 광범위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한 약관 조항이 고객에게 불리하다고 보고 시정을 권고했다. 유튜브가 사전 통보 없이 회원이 올린 콘텐츠를 삭제하거나 계정을 해지할 수 있게 한 조항도 이용자에게 손해를 끼칠 우려가 있다며 시정권고 대상에 포함시켰다. 콘텐츠 삭제는 이용자 권리 제한으로 이어지는 만큼 사유가 구체적ㆍ합리적이어야 하며 삭제를 할 땐 이용자에게 미리 통보해 이의를 제기할 기회를 부여하라는 것이 공정위의 요구다.

세종=박세인 기자 sa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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