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도권을 중심으로 음식물 쓰레기 대란에 대한 우려가 커지자, 정부가 음식물 쓰레기를 건조분말로 만들어 유기질 비료로 재활용하는 방안을 이달 중 허용하기로 했다.
농촌진흥청은 14일 이 같은 내용의 ‘비료 공정 규격 설정 및 지정’ 고시 개정 작업을 이달 중 마무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황규석 농진청 차장은 “(유기질 비료의) 최종 수요자인 농업인의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가 필요하다”며 “의견 조율 과정을 거친 후 3월 중 고시개정을 완료할 것”이라고 밝혔다.
각 가정에서 분리 배출하는 음식물 쓰레기는 직매립이 금지된 2005년 이후 습식사료, 건조사료, 건조비료(건조분말) 등의 방식으로 재활용됐다. 특히 소규모 업체의 습식 처리가 주종을 이루던 재활용 방식이 최근 대형업체의 건조분말화 위주로 전환되면서 건조분말 생산량이 크게 늘어난 상황이다. 현재 서울에선 음식물 쓰레기의 80%가량, 전국적으로는 50%가량이 건조분말 처리되고 있다.
문제는 이 건조분말을 유기질 비료로 활용하는 게 불법이라는 점이다. 그래서 농진청은 작년 11월 이를 허용하는 내용의 고시 개정안을 행정예고 했다. 하지만 이후 “음식물 쓰레기는 농작물 재배에 적합하지 않다”고 농민들이 반발하며, 개정안 처리는 차일피일 미뤄졌다.
그러다 보니 지난 3개월간 공공처리시설에 건조분말이 쌓여 서울과 수도권의 음식물 쓰레기 수거가 중단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미적거리는 농진청과 환경부 등에 대한 비판 여론이 커지자 결국 고시 개정 시한을 ‘이달 중’으로 못박은 것이다.
농진청은 고시가 개정되면 현재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는 ‘아주까리 유박’을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피마자(아주까리), 참깨, 들깨 등의 씨앗에서 기름을 짜고 남은 찌꺼기로, 식물성장에 필요한 여러 성분을 갖고 있어 유기질 비료의 원료로 널리 쓰이고 있다. 황 차장은 “건조분말은 기존 아주까리 유박과 차이가 없어 유기질 비료의 원료로 사용할 수 있다”며 “현재 아주까리 유박이 연간 525억원(350만톤) 정도 수입되고 있는데, 이보다 가격이 저렴한 건조분말로 대체가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세종=박준석 기자 pj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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