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작품을 통해 죽을 때까지 배우를 하고 싶다는 확신을 갖게 됐어요.”
2000년 SBS ‘덕이’로 데뷔, 어느덧 데뷔 20년차를 맞이한 소유진. 오랜 시간 배우 생활을 이어온 만큼 “올해가 돼서야 배우로서 확신을 갖게 됐다”는 그녀의 말은 놀라울 수밖에 없었다.
“저는 중3 때 특별하게 살고 싶다는 생각 때문에 계원예고에 진학한 이후 자연스럽게 대학 역시 연극영화과로 진학했고, 좋은 기회에 배우로 데뷔를 하게 된 케이스에요. 대학생 때는 연극배우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TV에 출연하고 유명해지면서 ‘내가 TV에 나와서 유명해지면 연극무대를 할 때 조금 더 많은 분들이 봐 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더 열심히 해보자는 마음으로 드라마에 출연했죠. 당시에는 TV에 나오는 사람들은 가진 게 다르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내 길이 아니다 싶었는데 계속 역할을 맡게 되면서 고민도 많았고, 두려운 적도 많았어요. 그런데 ‘내 사랑 치유기’를 하면서 배우라는 직업에 대한 매력을 너무 확실하게 느꼈죠. ‘내가 뭐라고 그런 고민을 했을까’란 생각이 들더라고요. 여전히 너무 할 게 많고, 너무 배울게 많아요. 제가 연기자라는 타이틀을 가졌으면 연기를 했을 때 뿌듯함과 카타르시스를 느껴야하지 않겠어요. 그 희열이 말로 못하는 매력적인 직업이니까 ‘끝이 없겠다’ 싶었죠. 정말 죽을 때 까지 이 직업을 하고 싶다는 것을 느낀 계기였어요.”
‘맛있는 연애’ ‘여우와 솜사탕’ ‘내 인생의 콩깍지’ ‘황금물고기’ ‘아이가 다섯’ 등 꾸준히 다양한 작품에 출연하며 대중들에게 사랑 받아온 소유진이 19년만에 다소 늦은 ‘확신’을 갖게 된 이유가 조금 더 궁금해졌다.
“신인 때는 멋모르고 연기를 했었어요. 그러다가 사람이 변신을 꿈꾸게 되잖아요. 주변에서 저에게 원하는 건 발랄함인데 저는 여성스러운 역할을 하고 싶어서 욕심을 부리게 되면 역할이 안 왔고, 그러던 중에 결혼을 하게 되면서 ‘내가 계속 연기를 할 수 있을까’란 생각이 들었어요. 그게 또 제 욕심 아닐까란 생각이 들었고, 자신이 없었죠. 그런데 또 결혼을 해서 집에만 있을 거라고 생각하면 너무 답답한 거예요. 그래서 첫째를 낳고 산후 우울증이 너무 심했었어요. 제 연기자로서의 위치는 어디고, 사람들이 나에게 원하는 건 뭘까에 대한 고민이 많았거든요. 둘째를 곧바로 낳은 것도 제 의지가 컸어요. 제가 남편에게 ‘둘째를 낳아버리면 차라리 제 스스로 애 엄마인 걸 인정하고 엄마 역할만 들어와도 잘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었죠. 남편이 너무 좋아하더라고요.(웃음) 그리고 바로 둘째를 낳고, 마음을 놓고 편하게 연기를 할 수 있게 됐죠. 그 이후 만난 작품이 ‘치유기’였던 것 같아요.”
이른 새벽부터 밤까지 이어지는 촬영 일정이 고됐지만 기뻤던 이유 역시 ‘치유기’가 그녀에게 갖는 특별한 이유 때문이었다. 소유진은 “너무 감사했다”며 만연한 미소로 작품에 대한 감사함을 전했다.
“너무 바빴지만 너무 즐거웠어요. 힘든 것조차 너무 감사했어요. 이렇게 힘든 날이 또 올까 싶을 정도였지만, 정신력과 체력을 길러서 달려야겠다 했죠. 그게 다 좋은 힘듦, 감사한 힘듦이어서 그랬어요. 하루하루가 감사했어요. 이번 드라마가 특히 그랬던 것 같아요. 촬영장이 그야말로 제 현실의 묵은 때를 털고 들어가는 힐링의 공간이었죠.”
행복했던 기억을 뒤로 하고 작품을 마친 뒤 곧바로 ‘엄마 모드’로 돌아왔다는 소유진은 긴 촬영 내내 외조로 발을 맞춰줬던 남편 백종원과 세 아이가 있는 가정에 충실한 생활을 보내고 있는 중이다. 하지만 소유진의 도전은 또 한 번 시작될 예정이다. 이번엔 배우가 아닌 예능인 소유진으로서의 도전이다.
소유진은 최근 tvN ‘쇼! 오디오자키’, SBS ‘가로채!널’, 채널A ‘가족의 사생활 아빠본색’ 등 다양한 예능 프로그램에 합류를 알리며 활발한 예능 활동을 예고했다. 그녀가 이처럼 동시다발적으로 다양한 예능 프로그램에 도전하는 것은 처음이다. 소유진에게 활동 범위 확장 이유를 물었다.
“진로를 제가 정한다고 그대로 되는 게 아니더라고요.(웃음) 워킹맘, 자기의 일을 열심히 하는 아이 셋 다둥이 맘으로서의 소유진을 보고 예능에 불러주신 거잖아요. 지금이 기회라고 생각했어요. 저도 제 진짜 모습이 예능에서 어떤 모습으로 보여질지 너무 불안하기도 하고 궁금하기도 해요. 작품을 끝낸 지금은 엄마로 돌아와야 하는 시기인데, 소유진으로서 단장을 하고 MC 자리에 섰을 때 ‘뭐야, 진짜 소유진 성격은 저랬네’라고 보실 수도 있잖아요. 그런데 저도 저를 굉장히 보여드리고 싶고 진짜 제 이야기를 들려드리고 싶은 마음이 커서. 그 모습을 찾아주시니 출연하고자 마음을 먹었죠. 열심히 노력하고 싶어요. 아직 다들 첫방을 안 한 상태라서 불안하고, 내가 잘 했을까 싶기도 한데 앞으로 더 잘 해내고 싶은 마음이 커요.”
예능뿐만 아니라 사극, 코미디 장르 등 새로운 작품에도 꾸준히 도전하고 싶다는 생각을 전하며 뜨거운 열정을 드러낸 소유진은 “단단한 사람이 되고 싶다”는 목표점을 전하며 이날의 인터뷰를 마무리 했다.
“내 자신이 단단하고 올바른 사람, 단단한 나무가 되는게 목표에요. 제 스스로 저를 잘 만들어 나가는 것이요. 매일매일 뭔가를 해 나가다보면 내일은 더 나은 내가 돼 있겠지라는 생각을 하면서 오늘을 살아가고 있어요. 다 처음이니까, ‘이걸 내가 어떻게 잘 할 수 있을까’라고 생각하다 보면 불안만 쌓이더라고요. 오늘을 살다보니까 갑자기 이렇게 사람들이 저를 찾아주시게 된 것처럼, ‘앞으로도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홍혜민 기자 hh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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