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3년 전 ‘정준영 몰카’ 수사 때 증거 인멸 의혹도
강신명 “승리와 일면식 없다”… 권익위, 검찰에 수사 의뢰

가수 승리(29ㆍ본명 이승현)와 정준영(30) 등이 참여한 카카오톡 대화방에서 경찰 최고위층의 비호가 있었다고 의심케 하는 발언이 오간 것으로 확인됐다. 또 2016년 정준영의 ‘몰카 촬영’을 수사 중이던 경찰이 되레 민간 포렌식 업체에 휴대폰 복원이 어렵다는 확인서를 써달라고 한 사실도 드러났다.
민갑룡 경찰청장은 13일 서울 미근동 경찰청에서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버닝썬 관련 수사 진행 상황과 최근 제기된 경찰 유착 의혹 등에 대해 해명했다. 민 청장은 “경찰 최고위층까지 연루된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와 추호의 의심이 없도록 철저히 수사하겠다는 의지를 밝히려 한다”고 강조했다.
◇경찰’총’장 등 최고위층 수사 가능성 주목
경찰에 따르면 승리 등이 참여한 대화방에서 ‘경찰총장’이 한 번 등장했다. 누군가가 “옆에 업소가 우리 업소를 사진도 찍고 해서 찔렀는데 경찰총장이 걱정 말라더라”고 말한 대목에서다. 이런 대화가 오간 시기는 2016년 7월이고, 당시는 버닝썬이 개업하기 전이라 이들이 말한 업소가 버닝썬은 아니다.
경찰에는 총장이 없고, 최고 직급은 경찰청장이다. 민 청장은 “대화에 총장이란 문구가 나와 혹시라도 당시 사건에 경찰이 영향력을 행사한 건 아닌지 철저히 수사하겠다”고 말했다. 수사 진행 상황에 따라 전직 경찰청장 등 최고위층에 대한 조사가 이뤄질 수 있다는 의미다. 당시 경찰청장이었던 강신명 전 청장은 “승리란 가수에 대해서는 일면식도 없고 이 건에 대해서는 전혀 관련이 없다”고 부인했다.
또 대화방에선 음주운전을 했는데 대화방에 있는 또 다른 누군가의 도움으로 이 사실이 기사화되지 않았다는 내용도 있다. 이 발언을 한 사람은 FT아일랜드 리더 최종훈으로 2016년 3월 용산경찰서 관내에서 음주운전으로 적발됐다. 이후 최종훈은 대화방에서 “경찰팀장에게 생일을 축하한다는 말을 들었다”고도 언급했다. 수사팀은 이 의혹도 확인할 방침이다.
◇경찰, 2016년 정준영 몰카 수사 덮었다?
2016년 8월 정준영을 상대로 수사를 할 때 경찰이 스스로 증거를 인멸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SBS는 이날 2016년 경찰과 핸드폰 복원을 요청 받은 민간 포렌식 업체 사이의 전화 녹취록을 공개했다. 녹취론에 따르면 당시 수사했던 성동경찰서 경찰이 “기기가 오래되고 노후되고 그래서 ‘데이터 복원 불가’로 확인서 하나 써주면 안될까 해서요”라고 포렌식 업체에 부탁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당시 경찰관은 이에 대해 “전화 통화한 건 맞지만 그런 말을 한 기억은 없다”고 해명했다.
경찰은 부실 수사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당시 정준영에게 핸드폰을 제출하라고 거듭 요구하고 정준영 측이 이를 끝내 거부하는 과정에서 있었던 일에 불과하다는 주장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정준영 측 말이 맞는지 확인하기 위해 포렌식 업체에 전화를 거는 과정에서 그런 대화가 나오긴 했지만 증거를 인멸하려는 의도는 없었다”며 “정준영을 곧바로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는데 봐주려는 의도가 있었겠냐”고 반박했다. 경찰은 당시 수사를 넘겨 받은 검찰이 불기소 처분을 내리면서 더 수사하기도 어려웠다고 했다.
◇검찰, 직접 수사할까
이처럼 클럽과 경찰 간 유착 의혹이 거세지자 검찰의 직접 수사 가능성도 점쳐진다. 방정현 변호사로부터 경찰 유착 의심 자료와 연예인들의 성관계 불법촬영 관련 자료 등을 제보 받은 국민권익위원회는 지난 12일 자료 일체를 대검찰청에 넘기고 수사를 의뢰했다. 대검은 이를 검토한 뒤 일선 지검 또는 지청에 내려 보낼 예정이다. 검찰 관계자는 “권익위의 수사 의뢰인 만큼 경찰에 맡길 수는 없고, 한다면 관할청에서 직접 수사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경찰이 현재 수사 중인 사안임을 감안, 송치 뒤에 수사를 할 수도 있다.
◇승리ㆍ정준영 14일 함께 경찰 출석
한편 승리와 정준영은 14일 경찰에 함께 출석한다. 승리의 사업 파트너 유리홀딩스 대표 유모씨도 함께 조사받을 예정이다. 앞서 지난 12일 미국에서 급히 귀국한 정준영은 “동의를 받지 않은 채 여성을 촬영하고 이를 SNS 대화방에 유포했고 그런 행위를 하면서도 큰 죄책감 없이 행동했다”는 공식 사과문을 내놨다. 지난달 27일 한차례 조사를 받았던 승리는 성접대 의혹으로 입건된 피의자 신분으로 경찰에 출석한다.
김동욱 기자 kdw1280@hankookilbo.com
김진주 기자 pearlkim7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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