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과 미국 행동주의 펀드 엘리엇이 배당과 사외이사 선임을 두고 힘 겨루기하고 있는 가운데, 국내 대표 의결권 자문사인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이 현대차그룹의 손을 들어줬다. 앞서 현대차그룹에 힘을 실어주는 보고서를 낸 세계 양대 의결권 자문사 ISS와 글래스루이스를 포함한 국내외 대표 자문사들이 속속 현대차를 지지하고 나서면서 22일 예정된 주주총회에 파란불이 켜졌다는 평가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기업지배구조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사외이사 선임 안건에 대해 회사 측 제안에는 모두 찬성한 반면 엘리엇 제안에는 모두 반대하는 내용을 주주들에게 권고했다. 현금 배당과 관련해서는 회사 측 안에 찬성, 엘리엇 제안에 ‘불행사 권고’를 했다. 사실상 회사 측 안을 추천한 것이다.
기업지배구조원은 “(엘리엇이) 단기적인 기업가치 제고 방안에 관심을 둘 여지가 크다고 판단된다”면서 “주주제안자가 제안한 사외이사 후보가 장기적인 주주가치 제고에 부합할 것이라고 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는 엘리엇이 제안한 사외이사 후보가 이해상충, 기술유출, 경영간섭 가능성이 있어 엘리엇이 주장하는 다양성 보다 중요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엘리엇이 현대차에 제안한 로버트 랜달 맥귄 사외이사 후보는 수소연료전지를 개발, 생산 및 판매하는 발라드파워스시템 회장이며, 모비스에 제안한 로버트 알렌 크루즈 후보는 중국 전기차 업체인 카르마 오토모티브의 CTO를 맡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가 수소연료전지시스템 기술을 개발하고 있고, 모비스가 전기차 핵심 부품 개발에 주력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경쟁업체의 현직 관계자가 두 회사의 사외이사 후보로 추천된 셈”이라고 지적했다.
배당과 관련해서도 “장기적인 배당정책에 따라 안정적인 추세로 지급되는 것이 타당하고 회사가 제시한 주주환원정책이 이에 부합하는 측면이 있다고 본다”고 의견을 내놓았다.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지분을 각각 3.0%, 2.6% 보유하고 있는 엘리엇은 주주제안을 통해 현대차와 현대모비스에 우선주를 포함, 배당금 5조8,000억원과 2조5,000억원을 요구했다. 이는 지난해 양사가 올린 순이익(현대차 1조5,081억원ㆍ모비스 1조8,882억원)의 3배에 육박하는 액수다. 엘리엇은 자사가 추천한 후보의 사외이사 선임도 함께 요구했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의 이번 권고는 현대차그룹에 상당한 힘이 될 전망이다. 기업지배구조원은 현대차 지분의 8.7%를 보유하고 있는 국민연금과 의결권 자문 계약을 맺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외 주요 의결권 자문사가 회사측 제안에 찬성을 권고했다는 측면에서 주주총회에서 국내뿐 아니라 해외 주요 투자자들에게 상당한 영향을 끼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남상욱 기자 thot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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