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대폭 오른 시세 반영 땐, 稅부담 다주택자 매물 늘 듯
꽁꽁 얼어붙은 부동산 시장에 오는 15일부터 열람 가능한 공동주택 공시가격이 분위기 반전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한편에선 근본적인 거래 활성화를 위해 지나치게 높은 현재의 집값을 내리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13일 정부와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집값이 여전히 높다’는 인식을 굳이 감추지 않고 있다. 계속되는 거래절벽 현상도 오히려 향후 실수요자 위주 시장환경을 조성하는 데 도움이 될 걸로 기대하는 눈치다.
고준석 동국대 겸임교수는 “부동산 가격은 경제성장률, 물가상승률 범위 안에서 비슷한 수준으로 올라야 하는데 지난해 너무 많이 오른 측면이 있다”며 “때문에 실수요자 입장에선 여전히 가격 부담이 큰 게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주택 보유자들은 쉽사리 매물을 내놓지 않고 있다. 통상 집값 하락 전망이 우세하면 집값이 더 떨어지기 전에 매도에 나서지만, 역대로 서울 집값이 한번도 폭락한 적 없다는 학습효과에 기대 ‘버틸 수 있을 때까지 버티기’에 나선 것이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집값이 더 떨어질 수 있다는 분위기를 주택 보유자들이 실감해야 매물이 나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따라 15일부터 내달 4일까지 진행되는 공동주택 공시가격 열람 및 의견청취 절차가 1차 변수가 될 거란 전망이 나온다. 작년 대폭 오른 시세를 반영한 공시가격을 접하게 되면 다주택자 등이 매물을 내놓을 공산이 크다는 것이다.
다음달 공동주택 공시가가 확정되면 이런 움직임이 더 늘어날 수 있다. 바뀐 공시가격은 올 하반기 세금부터 본격 적용된다. 인상분이 반영된 주택 재산세는 7월, 토지 재산세는 9월에 각각 납부한다. 건강보험료는 11월부터 적용되며, 공시가 인상 충격파가 가장 강한 종합부동산세 납부기간은 12월이다.
이들 부동산 보유세(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는 6월 1일 소유 기준으로 적용되는데, 부동산을 많이 보유했거나 고가의 부동산 소유자는 세부담이 그만큼 늘어날 수 밖에 없다. 결국 올해 연말로 갈수록 급증하는 세 부담을 버티지 못해 집을 내놓는 다주택자가 더 나올 것으로 전망하는 이유다. 채상욱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현재 관망세에서 아파트 공시가격 발표 시점을 기점으로 매도 강세가 심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으로 ‘건강한’ 부동산 생태계를 만들려면 지금 같은 ‘가격 잡기’ 우선 정책보다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송인호 KDI 경제전략연구부장은 “정부는 최근의 부동산 시장을 안정 상황으로 여기고 있는데 이는 착각”이라며 “시장 안정은 거래를 동반한 가격과의 균형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허경주 기자 fairyhk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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