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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남 독살 용의자 처리 두고 동남아 관련국 ‘3국3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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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남 독살 용의자 처리 두고 동남아 관련국 ‘3국3색’

입력
2019.03.13 16:04
수정
2019.03.13 19:01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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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레이시아 검찰이 김정남 암살 혐의로 기소한 인도네시아인 시티 아이샤(오른쪽)와 베트남인 도안 티 흐엉. AP=연합뉴스
말레이시아 검찰이 김정남 암살 혐의로 기소한 인도네시아인 시티 아이샤(오른쪽)와 베트남인 도안 티 흐엉. AP=연합뉴스

김정남 북한 국무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 독살 사건 혐의자들의 신병처리 둘러싸고 말레이시아ㆍ인도네시아ㆍ베트남 등 동남아시아 3국의 표정이 엇갈리고 있다. 인노네시아에서는 ‘환호’, 베트남에서는 ‘우리 국민도 풀어달라’는 요구, 말레이시아에서는 ‘외교적 압력에 굴복했다’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물론 이런 3국3색의 이면에는 각 국의 정치ㆍ외교ㆍ경제적 이해관계가 얽혀있다.

인도네시아는 이 사건에 연루된 자국민 피의자 시티 아이샤(27)를 말레이시아 검찰이 석방하자 들뜬 분위기다. 13일 현지 언론과 외신에 따르면 전날 귀국한 시티는 조코 위도도(일명 조코위) 대통령과 면담한 뒤 열렬한 환영 속에 가족과 함께 고향 집으로 향했다. 늦은 시간인데도 주민들이 거리로 몰려나와 환호했다. 주민들은 그가 정치 다툼에 휘말려 목숨을 잃을 뻔했다고 생각하고 있으며 이 때문에 일부는 그의 석방 소식을 듣고 기쁨의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인도네시아의 들뜬 분위기는 다음달 대선을 앞둔 조코위 정권이 의도적으로 연출한 측면이 강하다. 시티의 석방을 통해 조코위 대통령을 ‘국민을 위해 싸우는 용감한 서민 대통령’으로 부각시키려는 것이다. 실제 조코위 대통령을 비롯해 부통령, 외교ㆍ법무ㆍ산업부 장관 등이 석방 조치가 자신들의 적극 로비의 결과라고 주장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야권에선 ‘선거용 기획송환’이라는 의혹도 제기하지만 전반적인 환영 기류에 압도당하는 분위기다.

반면 독살 사건의 또 다른 연루자인 도안 티 흐엉(31)의 모국인 베트남은 “우리 국민도 풀어달라”는 입장이다. 베트남 외교부는 이날 공식 트위터 계정을 통해 팜 빈 민 부총리 겸 외무장관이 전날 말레이시아 외무장관과의 전화통화에서 흐엉에 대한 공정한 재판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베트남 정부 차원에서 14일 열리는 흐엉 재판에서 석방 조치를 내려달라고 요구한 셈이다. 이는 시티의 석방 배경에 인도네시아 정부의 적극적인 노력이 있었다는 사실이 알려진 것과 무관치 않다. 실제 베트남에선 시티가 풀려난 만큼 흐엉도 석방돼야 한다는 여론이 들끓고 있다.

말레이시아에서는 예상 밖의 살인 용의자 석방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야권의 공세가 심화하고 있다. 석방 직후 야당은 “외교적 압력에 굴복했다”며 강력 반발했다. 하지만 현지에선 시티에 이어 흐엉도 석방될 것으로 보는 전망이 우세하다. 마하티르 빈 모하맛 총리가 야권과 국제사회의 비판을 예상하면서도 어려운 결정을 내린 건 경제적 실리와 외교적 입지 강화를 의식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말레이시아 검찰의 인도네시아인 석방 결정은 마하티르 총리가 지난해 취임 후 아세안(ASEANㆍ동남아국가연합) 방문국으로 인도네시아를 선택한 것과 무관치 않다. 마하티르 총리는 당시 양국 간 기술협력과 자동차 공동생산 프로젝트를 모색했는데, 이 프로젝트가 성공할 경우 말레이시아 업체가 인구 2억6,000만명의 인도네시아 시장을 선점할 가능성이 높다. 마하티르 총리가 북한, 중국, 베트남과의 관계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는 점도 김정남 독살 사건의 베트남 용의자 추가 석방 가능성을 높이는 요소로 분석되고 있다.

자카르타=고찬유 특파원 jutdae@hankookilbo.com

호찌민=정민승 특파원 ms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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