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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교소식]주말 판교도심 공동화 현상 직장인들에게 물어 보니…”재미가 없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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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교소식]주말 판교도심 공동화 현상 직장인들에게 물어 보니…”재미가 없네”

입력
2019.03.13 1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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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은커녕 평일 저녁 때만 되면 한산

직장인 식당 위주 상권 다양성 부족

“재미에 민감한 IT인력 욕구 채워줘야”

체험, 게임, 데이트 공간 등 확보 필요

“상인들 휴일, 평일 저녁 유인책 고민해야”

휴일인 10일 성남시 판교 테크노밸리 도심이 썰렁할 정도로 한산하다. 이곳 상인들은 공동화 현상이 지역경제를 위협하고 있다고 걱정하고 있다.
휴일인 10일 성남시 판교 테크노밸리 도심이 썰렁할 정도로 한산하다. 이곳 상인들은 공동화 현상이 지역경제를 위협하고 있다고 걱정하고 있다.

판교 테크노밸리 내 상인들을 중심으로 도심공동화 현상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퇴근시간 이후와 주말이면 사람 보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반면 판교 직장인들은 높은 물가와 프랜차이즈 중심의 단조로운 상권, 직주 불일치 등을 예로 들며 상권이 먼저 변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판교 테크노밸리에는 현재 기업 1,270여곳에 근로자 6만2,000여명이 근무하는 메머드 첨단 산업단지다. 낮에는 식당에 빈자리가 없어 줄을 서서 먹어야 하지만 해만 떨어지면 순식간에 을씨년스런 모습으로 변한다. 근로자의 70% 이상은 다른 지역에 거주하기 때문이다.

성남시 등에 따르면 판교 테크노밸리의 평일 야간이나 휴일 활동 인구는 2만명 수준에 불과하다. 인근 분당 정자동처럼 놀러 오는 사람도 없다는 얘기다.

10일 들른 판교 중심가는 역시나 썰렁했다. 평일 점심 때 커피를 든 직원 수 천명이 오가는 거리인가 싶을 정도로 몇 사람 보기도 힘들었다. 게임회사에서 근무하는 권모(30)씨는 “협력사 업무 차 주말에 판교에 들르면 식당이든 카페든 열려 있는 곳이 거의 없다”며 공동화 현상의 심각성을 강조했다.

또 다른 직장인 강모(30)씨는 “저녁이면 집이 있는 서울로 서둘러 간다”면서 “퇴근 후에 일터 주변에 있기 싫다. 심리적으로 꺼리게 된다. 동료들도 업무 외 시간에는 판교에서 시간을 보내지 않는다”고 말했다.

판교 직장인들은 도심 공동화 현상이 발생하는 가장 큰 이유로 ‘직장인 위주의 상권’을 꼽았다.

판교에서 여가생활을 즐기지 않는다고 답한 이모씨(30)는 “산업단지다 보니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한 가게가 대부분”이라며 “저녁에 돌아다니다 보면 다들 회식을 하고 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친구들과 어울리기는 힘들 것 같다”고 답했다. 친구들이나 연인들과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재미있고 아기자기한 곳이 드물다는 지적이다.

비싼 주거비와 물가 또한 직장인들이 꼽는 대표적인 공동화 현상의 원인이다. 엔터테인먼트 회사에 근무하는 백모(25)씨는 “아무래도 임대료가 비싸다 보니 대형 프랜차이즈가 많은 것 같다. 다양한 가게를 접하기 어렵다”면서 영세업자가 들어서기 힘든 상황을 지적했다. 다양성이 떨어지다 몇 번 둘러보고 나면 더 이상 갈 곳이 없다는 것이다. 이씨는 “한 시간 정도 노래방에서 놀았더니 7만원이 나왔다”며 비싼 물가를 탓하기도 했다.

앞서 만난 강씨 역시 “판교에서 제대로 된 식사를 하면 한 끼에 1만2,000원 정도는 기본으로 든다”고 푸념했다.

오산시에서 출퇴근한다는 장모(35)씨는 “출퇴근이 너무 힘들어서 판교 방값을 알아봤더니 작은 원룸형 오피스텔이 월세 170만원 정도였고, 전세는 기본 2억원을 가볍게 넘긴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판교에서 만난 10명의 직장인들은 근무지가 있는 판교에서 살고 싶기는 하지만 판교에서 여가생활을 즐기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송모(29)씨는 “판교는 편의시설, 교통 등 기본적인 여건은 잘 갖춰졌지만 여가생활을 위한 것들은 여전히 부족하다”면서 “아무리 판교에 산다고 해도 주말은 서울에서 보낼 것 같다”고 말했다.

2013년에 판교로 이사와 6년간 거주하고 있다는 이모(27)씨도 “판교에서 여가생활을 즐긴 경우가 손에 꼽을 정도”라면서 “일단 사람이 너무 없고, 친구들과 놀기엔 즐길 거리가 부족하다”고 말했다.

상인들의 자구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많았다.

직장인 백모(25)씨는 “판교에는 술집뿐이다. 문화생활을 할만한 공간이 없다”면서 “최근에는 회식을 체험활동으로 대체하는 것이 유행이어서 한 번 다 함께 마사지숍에 갔는데 반응이 좋았다”면서 “공방, 게임장, 마사지숍 등 술 없이도 친목을 다질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한데 판교는 술집뿐이다”라며 판교의 단조로운 상권을 지적했다. 백씨는 또 “문화, 여가 거리(street)가 생긴다면 직장인과 젊은 층 모두 좋아할 것 같다”면서 “판교 직장인들은 특히나 재미를 추구하는데 그런 재미를 줄 분위기가 조성된다면 공동화 현상 해소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지난해 11월 28일 진행된 ‘판교 혁신도시 도심 공동화현상 해소를 위한 간담회’에선 은수미 성남시장, 소상공인, 기업인, 전문가, 성남시 관계자 등 50여명이 토론자로 참석해 도심 공동화 현상의 주된 원인으로 주거, 복지문제 등을 꼽았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제시하지 못했다는 평가다.

권경연(단국대) 인턴기자 pangy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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