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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무례 대처법

입력
2019.03.13 18:00
수정
2019.08.01 16:05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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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대통령이 김정은 수석 대변인이라는 낯 뜨거운 이야기를 듣지 않도록 해 주십시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의 한마디에 국회는 또 아수라장이 됐다. 그런데 문장을 뜯어보면 미국 통신사 기사를 인용하면서 그런 외국 언론의 비판을 듣지 않게 해 달라는 당부여서 ‘막말’로 분류하긴 힘들다. 사실 그 때문에 청와대와 여당이 더 분노했을지 모른다. 남북 평화체제 수립을 기대하며 문재인 정부를 응원하는 사람들 중에는 나 원내대표의 발언에서 교양 있는 척하며 상대를 무시하고 모욕을 주는 ‘강남 사모님’ 말투를 떠올린 이들이 있을 것이다.

□ 막말은 여당 반응에서 훨씬 더 많이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공식 인스타그램에는 ‘도핑검사 시급’이란 표현이 등장하고, 박홍근 의원은 나 원내대표를 극우 사이트 ‘일베 방장’에 비유했다. 가장 충격적인 것은 “국가원수 모독죄”라는 이해찬 대표의 발언이다. ‘국가모독죄’는 해외 거주 한국인이 박정희 정권을 비판하는 것을 막기 위해 1975년 만든 것으로, 유신 정권이 독재 정권임을 스스로 증명한 상징적 악법이다. 전두환 정권이 무너진 1988년에야 폐지됐다. 이 법 폐지를 위해 젊은 시절을 보낸 이 대표가 이런 말을 입에 담는 것은 자기 부정이자, 그 시대 희생자에 대한 모독이다.

□ 여당 정치인들이 ‘무례한 사람에게 웃으며 대처하는 법’이란 책을 읽었다면 과도하게 흥분해 나 원내대표를 오히려 돋보이게 만든 실수는 피했을 것이다. 10대 때부터 각종 ‘알바’를 하며 기성세대에게서 수많은 갑질과 모욕을 겪은 저자 정문정씨가 같은 처지의 젊은 세대에게 들려주는 무례함에 대한 대처 요령이다. 무례한 발언을 들으면 먼저 건조하게 ‘상처받았다’고 상기시켜 주고, 두 번째는 상대 발언의 의미를 되물어 객관화한다. 세 번째는 부적절한 단어나 논리를 상대방에게 되돌려 주고, 네 번째는 무성의한 응대로 상대를 당황하게 하는 것이다.

□ 이 대처법을 적용한 청와대 성명을 떠올려 봤다. “바쁜 일정에도 외신까지 꼼꼼히 챙기며, 대통령을 염려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과연 일본 자위대 창설기념 행사 참석으로 보여 주신 것처럼 국제 감각이 탁월하십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자신을 ‘군복 입고 쇼나 한다’고 비꼰 인물을 통일부 장관으로 등용할 만큼 무례함에 대해선 대범하시니, 혹시 한 구절 외신 기사의 비판으로 상처받으실까 걱정은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정영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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