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 자문역ㆍ바티칸 재무원장 역임
법원 “펠 추기경, 피해자 인격 망가트리는 행동” 인정
가톨릭 최고위급이 아동 성범죄 혐의로 결국 감옥에 들어가게 됐다. 오스트레일리아 법원은 20년 전 성가대 소년 두 명을 성추행한 혐의로 기소된 조지 펠 추기경에게 6년형을 선고했다. 펠 추기경은 아동 성범죄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은 가톨릭 교회의 최고위급 성직자가 됐다.
피터 키드 판사는 13일(현지시간) 오전 멜버른 빅토리아주 법원에서 다섯 건의 범죄로 기소된 펠 추기경에게 6년형을 선고했다. 가석방까지 최소 3년 8개월을 복역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키드 판사는 “1990년대에 성가대 소년 2명에게 폭력적인 성적 공격을 가했다”며 “추기경의 행위는 충격적인 오만함에서 나온 것”이라고 말했다. 공교롭게도 멜버른은 펠 추기경이 처음으로 대주교에 서임된 곳이다.
펠 추기경에게 적용된 혐의마다 각각 10년형이 가능해 최고 50년형까지 예측됐지만 예상보다는 형량이 낮게 나왔다. 77세라는 고령과 전과가 없어 재범 가능성이 낮기 때문이라는 게 이유인 것으로 보인다. 키드 판사는 “(이번 범죄 말고는) 떳떳한 삶을 살아 왔다”고 펠 추기경의 양형이유를 설명했다.
키드 판사는 “추기경은 피해자들의 인격을 망가트리는 행동을 했다”며 권력을 이용한 범죄라는 것을 분명히 했다. 하지만 키드 판사는 이번 판결이 가톨릭 교회에 대한 공세가 아니라는 점을 확실히 했다. 키드 판사는 “펠 추기경에 대한 판결은 가톨릭 교회에 대한 죄 때문이 아니다”며 “배심원들에게 가톨릭 교회의 ‘희생양’이 아님을 주지시켰다”고 말했다.
1996년 멜버른 성패트릭 성당 주일 미사 이후 13세 소년들을 성추행한 혐의에 대해 펠 추기경은 줄곧 무죄를 주장해 왔다. 펠 추기경 측 변호인들은 항소할 뜻을 내비쳤다. 펠 추기경은 과거 교황청 재무원장이면서 프란치스코 교황의 조언자 역할을 해 왔다. 피해자 중 한 명은 재판에 직접 출석해 증언했고, 나머지 한 명은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진욱 기자 kimjinuk@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