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결렬 이후 미국이 대북제재의 고삐를 바짝 죄는 상황에서 중국이 불똥이 튈라 노심초사하며 대북투자 기업들에게 경계령을 내렸다. 화웨이의 사례에서 보듯 유엔 안보리 제재 위반으로 꼬투리를 잡히면 자칫 미국이 쥐고 흔드는 본보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13일 “유엔의 대북 제재가 지속되고 있다”면서 “미국의 공격목표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기업들이 대북 사업에 대한 열망을 진정시킬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이어 “대북 제재가 조만간 해제될 것 같지 않다”면서 "제재를 완화하는 건 길고 고통스러운 과정인 만큼 중국 기업들이 이에 대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특히 “한국이나 일본 기업들보다 중국 기업이 미국의 타깃이 되기 더 쉬울 것”이라며 “통신장비업체 화웨이는 미국의 대이란, 대북제재를 위반한 혐의로 미국과 힘든 싸움을 벌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유엔은 북한의 핵 물질 유입 경로로 중국을 의심하는 한편, 20여 개국을 대상으로 대북 제재 위반 여부를 조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중국과 북한의 접경지역인 단둥(丹東)에서는 하노이 회담 결렬에도 불구하고 부동산 가격이 들썩이는 등 기업들은 제재 완화에 대한 기대감이 적지 않다. 한반도 비핵화 논의가 본 궤도에 오르면 제재 완화와 북한의 개방으로 이어지는 만큼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잠재적 대북 사업기회를 주시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중국 정부가 기업들의 속도 조절을 주문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가뜩이나 북한을 찾는 중국인 관광객 규모가 매달 1,800여명에 달해 포화상태에 이른 상황이다. 북한 여행은 유엔 안보리 제재 대상이 아니지만 중국에서는 갈수록 북한에 대한 열기가 달아오르고 있다.
이에 글로벌타임스는 “중국 기업들이 대북제재 완화에 대비한 준비를 계속할 수 있지만, 인내심을 갖고 유엔의 대북제재를 엄격히 따라야 한다”면서 “중국은 북한과의 경제협력을 강화하고 싶지만, 중국 기업들은 미국의 부당한 목표물이 될지 모르는 만큼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이어 미국을 향해서는 “북한에 대한 최대치의 압박을 유지하면서 제재를 더욱 엄격히 집행하기 위해 유엔에 영향력을 행사하려 할 것”이라며 “대북제재를 중국 기업들을 탄압하는 빌미로 삼고 무역협상에서 중국이 타협하도록 유도할 수도 있다”고 비판했다.
베이징=김광수 특파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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