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2차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 북미대화가 정체된 가운데 북한에 접근하기 위해 강온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일본 독자적인 대북제재를 2년 연장키로 하는 한편, 11년간 주도했던 북한인권결의안 채택에선 한발 물러섰다. 납치문제 해결 등을 위해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이끌어내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산케이(産經)신문은 13일 일본 정부가 다음달 13일 기한이 만료되는 대북 경제제재를 2년간 연장하는 방침을 굳혔다고 보도했다. 일본 정부는 북한물자 수입을 전면 금지하고 있으며 북한 선적의 모든 선박과 북한에 기항한 모든 선박의 자국 입항을 금지하고 있다.
이와 관련, 일본 정부는 지난달 베트남에서 열린 2차 북미 정상회담이 사실상 결렬로 마무리됐고 북한의 비핵화에 대한 구체적 진전이 보이지 않았다는 이유로 대북압력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독자제재를 유지하고 있어야 향후 납치문제 해결과 국교 정상화를 둘러싼 북한과의 협상에서 제재완화를 카드로 사용할 수 있다는 판단도 고려한 것이다.
동시에 일본 측은 북한에 대한 유화 메시지를 계속 던지고 있다. 12일(현지시간) 스위스제네바에 본부를 둔 유엔 인권이사회 비공개회의에서 일본 정부는 북한인권결의안 초안 작성에서 빠지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이 2008년부터 유럽연합(EU)과 함께 북한인권결의안 채택을 주도해 온 것과는 다른 행보다. 일본 내에선 북한과의 납치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 위한 환경정비 작업이란 해석이 나온다.
교도(共同)통신에 따르면, 최근 납치문제 해결을 최우선 과제로 내걸고 있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의향을 바탕으로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 아베 총리는 2차 북미 정상회담 이후 관계부처에 “납치문제 해결을 위한 모든 기회를 놓치지 않겠다”는 방침을 전하고 대응책 검토를 지시했다. 정부협의 결과에 따르면 북한은 국제사회의 인권 비판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어 일본이 유엔인권이사회에서 비판수위를 조절하면 북일 협상 재개의 메시지가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외무성은 이달 초 이 같은 결과를 자민당에 전달했다. 다만 대북 강경자세의 유지를 주장하는 자민당 일부와 보수층의 반발에 대해선 납치문제 해결을 위한 조치라고 설명하면서 이해를 구할 방침이다.
아베 총리는 1월 국회 시정연설에서 “북한과의 불행한 과거를 청산하고 국교 정상화를 목표로 하기 위해 미국과 한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와도 긴밀히 연대하겠다”면서 “상호 불신의 껍데기를 깨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직접 마주 보며 모든 기회를 놓치지 않고 과단성 있게 행동하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도쿄=김회경 특파원 herm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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